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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에 개봉한 한형모 감독의 <언니는 말괄량이>는 유쾌한 코미디 소품이라 할 만하다. 항상 남자를 이겨먹는 말괄량이 언니 유안순애(문정숙)의 이야기. 초반부는 말괄량이로서의 안순애의 에피소드가 꽤 설득력도 있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로맨틱 코미디적인 재미라고 할 남녀의 기싸움 같은 것도 재미있고 말이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 후반부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다.

 

초반부 안순애는 분명 전통적인 여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후반부는 그녀를 전통적인 여인상에 가깝게 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녀는 마지막에 왜 건달과 싸우지 않았을까? 그 장면에서 만큼은 싸우고, 남편에게 잘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한형모 감독은 힘 쓸 때 쓸 줄 모른다며 동생 선희의 대사를 통해 에둘러 타이른다. 결국 문정숙은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눕힘으로써 힘 쓸 때 쓸 줄 알고 그러면서도 현모양처도 된 모습을 보여준다. 내용 전개상 그 변화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언니는 말괄량이>에서는 60년대가 시작되면서 전통적인 여성상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느끼는 남자들의 위기감 같은 것이 있다. 특히 한형모 감독은 좀 더 전통적인 여성상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타입으로 보이는데, 59년 개봉작 <여사장>이나 이 영화나 여자의 역할은 남편을 내조하는 것에 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말괄량이>에서는 무조건적인 순종을 하라고는 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 이 영화가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모던한 주제로 보이는 이유다.

 

아쉬운 점은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클로우즈 업이 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각 인물들에게 동화가 되어야 하는데 주로 롱과 미디엄 숏을 사용하기 때문에, 알콩달콩한 로맨스보다는 나이 먹는 아줌마 아저씨의 무뚝뚝한 로맨스가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노총각 노처녀가 주인공이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한형모 감독 영화 특유의 재미는 꽤 있는 편이다. 결국 이 영화는 힘 쓸 때 힘 쓸 줄 알아라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것은 남편과 가정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에 절대 우선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영화였다.


개봉 : 1961년 10월 27일 명보극장

감독 : 한형모

출연 : 문정숙, 엄앵란, 김진규, 이대엽, 김승호, 최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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