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현 감독의 1974년 작품 는 격투씬만은 그럭저럭 볼 만하긴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두 편의 영화를 따로 찍으려다가 뭔가 진행이 어긋나서 한 편으로 짜집기한 듯 화면 연결이 상당히 거친 편이고, 사실 스토리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편도 아니어서 그만 졸작이 되고 만 영화다. 왜놈들이 설치고 다니는 19세말의 조선. 중국인 금아는 왜놈 패거리의 대장 오카모토의 희롱을 받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구해준다. 이에 앙심을 품고 오카모토는 마치 동학당이 죽인 것처럼 꾸미고 금아의 아버지를 죽인다. 이로 인해 금아의 오빠는 동학당을 증오하게 되어 임호의 스승이자 약혼녀 은실의 아버지인 운봉을 죽인다. 복수를 다짐하는 임호는 일본군에게 잡혀 금아 오빠와 대결하게 되지만, 패배한다. 이를 금아가 구해 치료..
이원세 감독의 는 비밀의 간직한 배정숙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주로 소설가인 유태준의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러니까 유태준이 궁금해 하는 만큼 관객들은 궁금해하고, 유태준이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 만큼 관객들도 알게 된다. 정숙(김자옥)은 귀갓길에 자신을 따라오는 소설가 유태준(박근형)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조금씩 자신에 대해 숨기는 것이 있다. 하지만 곧 유태준이 이혼한 상태이며, 아내는 정숙에게 태준을 부탁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가 어떤 사연으로 이혼했고, 왜 아내가 그토록 정숙에게 관대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제 남은 건 정숙의 비밀. 그녀에겐 자신이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대근)이 찾아오고, 민상기라는 남자도 찾아온다. 유태준은..
전응주 감독의 1974년 작품 는 올레TV의 영화채널을 돌리다가 발견해서 감상하게 되었다. 60년대에 활동했던 전응주 감독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보았다. 이 영화는 그의 후기작이라고 할 만 하다. 그의 이름은 한국영화사에서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는 셈인데, 를 보고 나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오랜 경력에 비해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그러니까 구닥다리 한국영화에 이제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나는 그럭저럭 볼 만 했다.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던 장일환(김진규)은 20년만에 귀국한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 수정(태현실)과의 추억이 깃든 산장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수정이 아직 그 산장에서 딸 은희(김미영)와 함께 살고 있..
심수봉의 빅히트곡 . 문여송 감독이 발빠르게 동명타이틀로 영화를 내놓았다. 한국영화계의 단골손님 신성일과 2대 트로이카 유지인이 주연을 맡았다. 그 외 중견연기자 정영숙과 전양자가 조연으로 이들을 뒷받침하다. 그 외에 특이한 점이라면 나영희가 단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기록에는 나영희가 81년 이장호 감독의 로 데뷔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의 다방레지 역할이 먼저다. 이 영화가 80년 2월에 개봉되었으니, 적어도 79년 겨울에는 촬영에 들어갔다는 전제로 나영희의 영화 데뷔는 1981년이 아닌 1979이 되는 셈이다. 옛날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것을 발견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내용은 평범하다. 바닷가 찻집앞에서 발견된 기억 상실에 걸린 의문의 사나이. 그는 병원원장인 박성민이다. 왜 ..
유동훈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한국영화계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 1967년에 정진우 감독의 의 시나리오로 작가로 데뷔했고, 1983년에 개봉한 는 그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영상자료원의 기록으로 보면 이후 2편의 영화를 더 만들었다. 영화감독으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그 이유는 를 보고 나면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첫 느낌은 바로 천하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영화에 인심이 후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지지 하긴 힘들었다. 도대체 유동훈 감독이 어떤 시나리오를 써 왔던가 궁금해져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그동안 쓴 시나리오를 쭉 훑어보니 ‘죄송하지만’ 가 요 모양 요 꼴로 나올 수밖에 없었구나 싶기도 했다. 아무리 후진 한국영화라도 ..
김준식 감독의 1979년 작품 가 보고 싶어서,진열장이라고 말하고 붙박이장안에 마구 쌓아 놓은 비디오 더미를 뒤적거렸다.역시 재미있더라.정겨운 풍경이 많이 등장하고, 착한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힐링이 된다.영화적으로야 낮과 밤도 맞추지 못하는 연출 미스에 편집 미스가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어차피 영화적 성취를 기대한 것이 아니므로 내용이 주는 재미는 변하지 않더라.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 미경(강수연). 리더십 강한 미경.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쓴다. 그런데 뜻밖에 답장이 오고, 알고 봤더니 그 답장은 바로 우체부 아저씨가 대신 쓴 것이라는 것. 나중에 미경은 세계 편지쓰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다는 내용. 미경은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어린이상을 구현한다.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고, 협동..
최하원 감독의 1975년 작품 은 나병 환자를 부모로 둔 미감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70년대 중반에 활발하게 활동하다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사라진 여배우 나하영과 하명중이 주연으로 나온다. 나하영이 나온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참 예쁜 여배우다. 연기도 안정적인 편이라 좀 더 활동을 했어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아까운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화랑에 아버지의 그림을 팔러 온 유혜(나하영)는 화가 성진(하명중)을 알게 된다. 둘은 호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유혜는 성진에게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답답해하던 성진은 유혜가 나병 아버지를 둔 미감아로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자랐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회사를 운영하는 성진의 아버지와 형은 그들의 결합을 ..
1977년에 개봉된 박호태 감독의 은 1963년 김묵 감독이 발표한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영화다. 1963년 작품은 꽤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지만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게도 영화의 완성도를 확인할 길은 없다. 반면 박호태 감독의 은 그저 평범했다. 내용 자체는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당선작이었던 각본가 임하씨의 공이라고 봐야 한다. 박호태 감독의 연출은 좀 밋밋해 보였다. 사생아인 청(이덕화)은 아버지를 찾아 과수원으로 온다. 어머니가 임종 직전 알려준 사실이다. 하지만 아버지(장동휘)는 현재의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를 외면한다. 섭섭한 마음이 가득한 청은 아버지를 괴롭힐 심산으로 과수원의 인부가 된다. 서울에 유학하고 있는 형(이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