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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현 감독의 1974년 작품 <흑묘>는 격투씬만은 그럭저럭 볼 만하긴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두 편의 영화를 따로 찍으려다가 뭔가 진행이 어긋나서 한 편으로 짜집기한 듯 화면 연결이 상당히 거친 편이고, 사실 스토리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편도 아니어서 그만 졸작이 되고 만 영화다.
왜놈들이 설치고 다니는 19세말의 조선. 중국인 금아는 왜놈 패거리의 대장 오카모토의 희롱을 받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구해준다. 이에 앙심을 품고 오카모토는 마치 동학당이 죽인 것처럼 꾸미고 금아의 아버지를 죽인다. 이로 인해 금아의 오빠는 동학당을 증오하게 되어 임호의 스승이자 약혼녀 은실의 아버지인 운봉을 죽인다. 복수를 다짐하는 임호는 일본군에게 잡혀 금아 오빠와 대결하게 되지만, 패배한다. 이를 금아가 구해 치료하면서 임호를 사랑하게 된다. 임호는 흑묘로 변장하고 매국노들과 싸운다. 왜놈들은 흥선대원군을 몰아내려고 한다. 임호는 스승의 복수와 흥선대원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이후 금아의 오빠는 왜놈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임호와 같이 왜놈무리를 처단한다. 하지만 임호는 은실과 맺어지고, 금아는 실연의 상처로 비구니가 되기 위해 산으로 간다. 철전지 원수 금아의 오빠와 임호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흐지부지…
사실 이렇게 줄거리를 대충 요약이라도 해서 그렇지, 실제 영화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장철 감독의 영화 등에서 활약했던 황인식이나 김기주 같은 뛰어난 무술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 격투씬은 볼 만 했다. 하지만 진가를 느끼기에는 영화 자체의 연출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흥선 대원군이 왜 갑자기 등장하는지, 또 그걸 이순재가 연기하고 있는데, 나에겐 이순재 같은 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도 미스터리로 보인다. 그래서 두 개의 영화를 하나로 짜집기했다고 생각될 정도. 이 영화의 제목이 흑묘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명이 동시에 너도 흑묘, 나도 흑묘로 나오니 정리가 안되다 보니 히어로가 보여줄 강한 임팩트도 실종되어 버린다. 굳이 검은 옷에 가면을 뒤집어 쓰고 나올 필요도 없어 보이던데… 어쨌거나 영화 자체는 정말 B급이더라. 황인식과 김기주의 고군분투마저 없었다면 정말 시간낭비 제대로 한 셈이었을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진봉진이 악당 오카모토로 나왔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활약하던 액션배우를 데려와서 찍은 나름 야심작이었던가 보다.
개봉 : 1975년 1월 25일 허리우드극장
감독 : 김시현
출연 : 황인식, 김기주, 우연정, 진봉진, 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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