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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원 감독의 1975년 작품 <타인의 숨결>은 나병 환자를 부모로 둔 미감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70년대 중반에 활발하게 활동하다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사라진 여배우 나하영과 하명중이 주연으로 나온다. 나하영이 나온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참 예쁜 여배우다. 연기도 안정적인 편이라 좀 더 활동을 했어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아까운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화랑에 아버지의 그림을 팔러 온 유혜(나하영)는 화가 성진(하명중)을 알게 된다. 둘은 호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유혜는 성진에게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답답해하던 성진은 유혜가 나병 아버지를 둔 미감아로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자랐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회사를 운영하는 성진의 아버지와 형은 그들의 결합을 반대한다. 하지만 성진과 유혜는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일단 <타인의 숨결>은 주제가 표면에 강하게 드러난다. 당시 70년대 중반 나병환자와 그 자녀들에 대한 고질적인 사회적 편견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어, 그 편견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회고발성이 짙은 영화다. 그러나 좋은 의도의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나 스토리 구성이 좀 헐거워 보인다. 고난을 극복하는 유혜와 성진의 사랑이라는 메인스토리는 그럭저럭 인정한다 하더라도, 조연들의 묘사가 지나치게 단조롭다 보니, 영화 자체가 다듬어지지 않은 꼴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제를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으로 갑자기 방송국 기자가 미감아 문제에 대해 시민들과 인터뷰하는 장면 같은 것은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보인다. 더욱이 촬영이 좋지 않은 편이고, 편집도 많이 거칠게 느껴진다. 하명중의 연기도 너무 안일하더라. 그나마 나하영이 일관된 톤으로 연기하며 중심을 잡아줘 그나마 다행. 전체적으로는 최하원 감독의 작품중에서 완성도가 낮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개봉 : 1975년 7월 26일 단성사

감독 : 최하원

출연 : 하명중, 나하영, 김희라, 이낙훈, 김기종, 추석양, 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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