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유골을 들고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올 만큼 저돌적인 신아는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 살겠다고 선포한다. 그러나 아버지 집에서 새어머니와 새 언니의 냉대는 그녀를 너무 힘들게 한다. 무작정 동호와 하룻밤을 보낸 신아는 덜컥 임신을 하게 되고 아버지의 집을 나온다. 신아는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신아를 좋아하는 강일이 새 출발을 해야 한다면서 몰래 아이를 아버지에게 보내버린다. 신아는 아이를 돌려달라고 말도 못한 채 자학에 빠진다. 시간이 흘러 잘 자란 보람은 모든 사실을 알고 친엄마인 신아를 찾는다. 그러나 신아는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거리를 헤맨다. 박용준 감독의 을 보고 나면 뭐, 이런 바보 같은 영화가 다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러티브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하나..
맹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대기오염도 없을 것이고, 수도꼭지만 돌리면 되니 석유를 수입하느라 달러를 쓸 필요도 없을 것이며, 산유국들이 값을 올리네 마네 유세를 떨어도 “흥, 그러시든가”하면서 오히려 유세를 떨어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1974년도에 발표된 이형표 감독의 는 70년대 중반에 있었던 석유파동의 그림자가 깔려있다고 하니 그땐 누구나 한번쯤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꿈꾸어 봤을지도 모르겠다. 는 적절한 사회적 이슈를 밑바탕에 깔고 미경(오수미), 문희(나하영), 수애(장미화)의 여자셋과 원대(신영일), 철권(신일룡), 윤수(김세환)의 남자셋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미팅하는 모양새마냥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 다투고 화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로맨..
하춘화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내용이 적당할까? 지금의 기준으로 봐서는 하춘화 모창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영철의 영향 때문이라도 왠지 코미디영화가 어울릴 것 같지만, 1974년 막 20대에 접어든 초 절정 인기가수 하춘화는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더 적당하다고 생각되었다. 최인현 감독의 은 바로 하춘화를 애절한 러브스토리의 히로인으로 만든 영화다. 인기가수 수지(하춘화)는 스타답지 않게 겸손하고 소박하다. 그런 수지를 쫓아다니는 팬 세훈(남진).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수지는 무리한 활동에 따른 병이 악화되어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다. 이즈음 세훈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 딸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있는 중이다. 결국 수지는 세훈을 떠나 보내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죽어간..
최인현 감독의 1970년 작품 은 한국 최고의 남자 배우중 한명인 박노식 때문에 보게 된 영화다. 1970년에 일본 동경에서 엑스포가 개최되었고, 우리나라도 참가했고 아마 이 행사가 적잖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엑스포의 화려한 모습을 박노식의 시선을 통해 관광을 하는 듯 쭉 훓어준다. 한마디로 외국에서 열린 행사를 간접 경험해 보는 것. 특히 한국관의 모습을 정성스럽게 보여주면서 만족해하는 박노식의 모습을 통해 발전된 한국상을 과장하는 것도 당시 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행사장의 모습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다른 나라의 행사장과는 다르게 전통을 전시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인데, 경제개발계획으로 발전하고 있긴 했지만 아직 산업과 기술이 여물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을..
고생 끝에 돈을 모은 진두. 고향에서 배를 살 계획이다.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여자 홍아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배를 사기 위해 모은 돈은 조금씩 사라진다. 홍아는 성욕과 소유욕이 강한 여자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섹스를 요구하기도 하고, 옷과 패물에도 욕심을 드러낸다. 진두는 도둑질까지 해가며 그녀의 욕구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진두는 강도 높은 막노동과 섹스로 지쳐간다. 그럴수록 홍아의 요구는 더욱 거세진다. 결국 지칠대로 지친 진두는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마침 홍아가 아이를 유산하자 미련 없이 그녀를 떠난다. 홍아는 고향으로 가는 진두를 소유하려 끝까지 악착을 떤다. 이영실 감독의 는 기대했던 것 보다 더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감독의 연출력도 느낄..
윤시내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서울에서 율도로 내려온다. 시내는 당돌한 아이다. 배에서 만난 현선생에게 자기는 생맥주와 담배를 즐기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하거나, 스쿠터를 타고 머리를 기른 채 전학수속을 밟으러 온다. 이런 시내의 자유분방함은 규율부선생이나 다른 급우들의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선생은 항상 시내를 두둔한다. 그런 현선생을 좋아하게 된 시내. 친구들의 질투도 도를 더해가고, 현선생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도를 더해가면서 급기야 시내는 쓰러지고 만다. 병석에서 시내는 섣부른 어른 흉내보다는 모범적인 청소년이 되어야 한다고 꺠닫는다. 김응천 감독이 1975년에 만들었던 을 스스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에서는 80년대 교복자율화 세대를 다룬다. 교복을 벗어 던진 80년대 10대의 ..
1980년대의 시작이 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계획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들어선 모양새라고 볼 때, 정인엽 감독은 사람들이 경제개발의 틈새에서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 으로 정인엽 감독이 80년대 에로영화의 아이콘이 되기 1년전에 개봉한 영화 은 그런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에게 돈으로 복수하는 내용이라 할 만하다. 돈이 돈을 이기는 게임인 셈이다. 삼호물산 사장은 딸의 결혼을 위해 유능한 사원들을 불러 모은다. 큰 딸은 그 자리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안현상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안현상은 이미 사랑하는 여자 장연희가 있다. 연희는 회사의 말단사원이다. 이즈음 사장의 큰아들 기대운이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다. 그는 야심에 가득 차 있으며, 회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자 ..
1973년 10월에 개봉한 김수용 감독의 을 보았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영화는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 지독한 불황의 원인으로는 지나친 유신시절의 검열이 한 몫을 하기도 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TV의 보급을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다 댄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한국영화의 수준 역시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오락적으로 변변한 작품을 못 내놓고 있었고, 그렇다고 작품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나고 예술성 있는 작품이 늘어난 것도 아니어서, 1973년이면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도 김수용 감독은 60년대 쌓아 놓은 경력 덕분에 큰 흥행 영화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경력을 이어간다. 오히려 이 시기에 외화수입쿼터를 위한 우수영화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