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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감독의 1979년 작품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가 보고 싶어서,
진열장이라고 말하고 붙박이장안에 마구 쌓아 놓은 비디오 더미를 뒤적거렸다.
역시 재미있더라.
정겨운 풍경이 많이 등장하고, 착한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힐링이 된다.
영화적으로야 낮과 밤도 맞추지 못하는 연출 미스에 편집 미스가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영화적 성취를 기대한 것이 아니므로 내용이 주는 재미는 변하지 않더라.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 미경(강수연). 리더십 강한 미경.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쓴다. 그런데 뜻밖에 답장이 오고, 알고 봤더니 그 답장은 바로 우체부 아저씨가 대신 쓴 것이라는 것. 나중에 미경은 세계 편지쓰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다는 내용.
미경은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어린이상을 구현한다.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고, 협동심도 있고, 게다가 착하기까지. 무엇보다 어린 강수연의 연기가 참 좋다. 아버지를 잃은 어린이의 심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정말 제대로 표현해 낸다. 정말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정확하다 할 정도. 우체부 아저씨로 나오는 40대 후반의 이순재의 연기도 편했다. 유사 아버지의 역할을 해 내는 그의 모습은 정말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 그대로다.어머니를 연기한 안옥희도 안정적이고, 미경이 그리워하는 하늘나라에 있는 아버지를 연기한 젊은 백일섭도 푸근한 표정이어서 보기에 편했다.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는 나름대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영화들 중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이런 마음 따뜻한 이야기는 이제는 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아픈 친구를 업고 등하교를 하고, 한푼 두푼 저금통에 돈을 모으고, 집안일을 도와주고 하는 것들부터, 사람 사는 모습과 이웃들과의 정 같은 것 말이다. 깨끗한 자연이 주는 넉넉함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옛 추억인가 보다.
개봉 : 미개봉/비디오출시
감독 : 김준식
출연 : 강수연, 이순재, 안옥희. 김보미, 백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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