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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의 빅히트곡 <그때 그 사람>. 문여송 감독이 발빠르게 동명타이틀로 영화를 내놓았다. 한국영화계의 단골손님 신성일과 2대 트로이카 유지인이 주연을 맡았다. 그 외 중견연기자 정영숙과 전양자가 조연으로 이들을 뒷받침하다. 그 외에 특이한 점이라면 나영희가 단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기록에는 나영희가 81년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로 데뷔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때 그 사람>의 다방레지 역할이 먼저다. 이 영화가 80 2월에 개봉되었으니, 적어도 79년 겨울에는 촬영에 들어갔다는 전제로 나영희의 영화 데뷔는 1981년이 아닌 1979이 되는 셈이다. 옛날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것을 발견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내용은 평범하다. 바닷가 찻집앞에서 발견된 기억 상실에 걸린 의문의 사나이. 그는 병원원장인 박성민이다. 왜 그는 기억을 잃었는가? 과거. 그는 싸롱에서 피아노를 치는 가난한 음대생 미옥을 알게 된 후, 사랑에 빠진다. 가난했던 그를 뒷바라지 하고 의사로 출세시킨 부인은 배신감을 느낀다.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깡패를 사주했지만, 그들이 미옥이 아닌 남편 성민에게 린치를 가한 것. 미옥은 성민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동생도 내팽개치다시피 하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드디어 성민의 기억은 돌아오지만, 미옥은 성민을 떠난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미옥은 죽고, 잘못을 뉘우친 성민의 부인은 미옥의 동생을 돌봐주겠다고 약속한다.

 

보고 있자니, 심수봉의 노래에 대한 감흥도 느낄 수 없고, 스토리에 감동하기도 힘들긴 하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떠나서 가장 문제점은 유지인이라는 캐릭터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부모도 없이 어린 동생을 키우는 그녀가 그토록 고급져 보이는 옷만 줄기차게 입고, 더 가관인 것은 동생들은 한겨울에도 츄리닝 차림으로 짜장면 배달을 하며 핍진성을 만들어보려 했다는 것.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동생 캐릭터를 없애고, 성민과 미옥 그리고 부인의 삼각관계로 만드는 편이 그나마 좀 더 완성도를 높이는 길이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1980년 황금촬영상 금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촬영이 그렇게 대단했던가라고 생각해보면 그것마저 의문부호가 되네.


개봉 : 1980년 2월 16일 코리아 극장

감독 : 문여송

출연 : 신성일, 유지인, 전양자, 정영숙, 박암, 전숙, 나영희, 최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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