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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대기오염도 없을 것이고, 수도꼭지만 돌리면 되니 석유를 수입하느라 달러를 쓸 필요도 없을 것이며, 산유국들이 값을 올리네 마네 유세를 떨어도 , 그러시든가하면서 오히려 유세를 떨어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1974년도에 발표된 이형표 감독의 <맹물로 가는 자동차>70년대 중반에 있었던 석유파동의 그림자가 깔려있다고 하니 그땐 누구나 한번쯤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꿈꾸어 봤을지도 모르겠다.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적절한 사회적 이슈를 밑바탕에 깔고 미경(오수미), 문희(나하영), 수애(장미화)의 여자셋과 원대(신영일), 철권(신일룡), 윤수(김세환)의 남자셋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미팅하는 모양새마냥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 다투고 화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6명의 등장인물들은 나름대로 고민과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주요 갈등을 만들고 있는 인물은 맹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원대와 유한마담의 보디가드(?)를 하고 있는 철권이다. 원대의 비현실적이긴 해도 젊은이다운 패기로 가득한 꿈과 유한마담으로 표현되는 기성세대의 타락한 가치관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는 영화감독 이형표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일텐데, 영화속에서 잘 전달 되었는가하는 연출력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부호다.



 

그래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어차피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세 남녀의 밀고 당기기를 통한 사랑다툼이 더 중요한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를 표방했기 때문에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젊은이들의 일상과 꿈을 보여주고 그들의 주머니나 털어볼까 하고 기획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오락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영화가 얼마나 수두룩한가...

 

그러므로 영화 중간에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잠시 어디론가 증발(?)해도 대신 우리는 세남자와 세여자의 티격태격 다툼속에서 김세환의 ’, 장미화의 헬로와’, ‘안녕하세요등의 히트곡을 들을 수 있고, 오수미와 나하영의 세련된 미모, 잠옷을 입어도 꼭 단추를 잠그지 않으며 열심히 가슴근육을 자랑하는 신일룡까지 그저 90분을 즐기자며 관객들의 시선을 유혹하는 영상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영화의 존재이유를 잊지 않고 증발했던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초라한 세트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개발에 성공하는 결말까지... 영화는 웃음 가득 젊음 가득시원하게 내달린다.

 

영화에는 남자셋만 모르는 비밀이 있다. 맹물자동차는 맹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 석유통이 없어 식수통에 석유를 사오고, 그 석유를 남자들의 자취방에 두고 온 수애의 실수에 의해 발생했던 일이었던 것. 여자셋과 관객들만이 공유하는 이 비밀은 맹물로 가는 자동차란 비현실적인 판타지보다는 그들 사이의 우정이 더 빛나고 가치 있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물론 여자셋이 그 한밤에 -통금도 있던 시절에- 그 많은 석유를 어떻게 사다 날랐는지, 등등 따지고 들자면 말이 안되는 구석이 많고 상황도 좋은게 좋은거지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장면이 많지만 이형표 감독의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나는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개봉 : 1974년 3월 23일 스카라 극장

감독 : 이형표

출연 : 신영일, 신일룡, 김세환, 오수미, 나하영, 장미화, 사미자, 배삼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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