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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내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서울에서 율도로 내려온다. 시내는 당돌한 아이다. 배에서 만난 현선생에게 자기는 생맥주와 담배를 즐기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하거나, 스쿠터를 타고 머리를 기른 채 전학수속을 밟으러 온다. 이런 시내의 자유분방함은 규율부선생이나 다른 급우들의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선생은 항상 시내를 두둔한다. 그런 현선생을 좋아하게 된 시내. 친구들의 질투도 도를 더해가고, 현선생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도를 더해가면서 급기야 시내는 쓰러지고 만다. 병석에서 시내는 섣부른 어른 흉내보다는 모범적인 청소년이 되어야 한다고 꺠닫는다.
김응천 감독이 1975년에 만들었던 <여고졸업반>을 스스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불타는 신록>에서는 80년대 교복자율화 세대를 다룬다. 교복을 벗어 던진 80년대 10대의 당돌함은 통제의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려고 한다. 즉, 그들은 더 이상 통제하고 마음대로 훈육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특히 주인공 윤시내는 남자와 여자의 경계도 허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녀는 남자가 탈 만한 스쿠터를 탄다. 화려한 옷차림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국가나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생이라는 강박에서 자유롭다. 오히려 그녀는 모범생보다는 어른으로 대접받길 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제도를 벗어나는 일탈은 김응천 감독이 싫어하는 소재다. 감독은 윤시내를 통제속에 가두어 두길 원하고, 어른이 아니라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길 강요한다. 여기에는 교복을 벗어던진 세대에 대한 김응천 감독의 불안함이 투사되어 있다. 모든 갈등이 종료되는 것은 시내가 현선생의 결혼을 인정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스쿠터를 양보하고 뒷자리에 앉는 것이며, 머리카락을 짧고 단정하게 자른 얌점한 여학생이 되는 것이다.
청소년 영화의 대부라는 김응천 감독이 바라보는 이상적인 청소년의 세계는 바로 이런 통제와 규율속에서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아이들의 세상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 : 1984년 5월 26일 허리우드극장
감독 : 김응천
출연 : 조용원, 최윤석, 황준욱, 박암, 오경아, 조주미, 백장미, 박길라, 김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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