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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시작이 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계획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들어선 모양새라고 볼 때, 정인엽 감독은 사람들이 경제개발의 틈새에서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 <애마부인>으로 정인엽 감독이 80년대 에로영화의 아이콘이 되기 1년전에 개봉한 영화 <종점>은 그런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에게 돈으로 복수하는 내용이라 할 만하다. 돈이 돈을 이기는 게임인 셈이다.

 

삼호물산 사장은 딸의 결혼을 위해 유능한 사원들을 불러 모은다. 큰 딸은 그 자리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안현상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안현상은 이미 사랑하는 여자 장연희가 있다. 연희는 회사의 말단사원이다. 이즈음 사장의 큰아들 기대운이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다. 그는 야심에 가득 차 있으며, 회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상의 애인인 연희와 결혼한다. 연희는 가난이 지긋지긋하다면서 현상을 떠난다. 배신감으로 현상은 피폐해진다.

 

마담 장연숙은 땅투기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모은다. 그런데 그녀는 돈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연숙은 현상에게 돈을 줄 테니 같이 삼호물산을 쓰러뜨리자고 말한다. 이미 창립멤버들인 원로를 몰아내고 사세 확장에 나섰던 대운은 외국차관이 들어올 때까지 사채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끌어들이고 있다. 회사의 자금사정은 날로 악회되고, 그 사채를 연숙이 사들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최종부도처린 된 삼호물산.

 

알고 보니 연숙은 대운의 아버지 때문에 죽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였고, 현상은 연희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연희는 이미 결혼한 이상 자신의 남편에게 충실하고자 한다. 결국 그녀는 동반자살을 결심한다. 돈에 대한 욕망은 결국 비극만 남긴 셈이다.

 

전체적으로는 자본에 잠식당하면서 인간성을 상실하는 인물들에 대한 보고서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은 장연희와 기대운의 자본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연숙의 에피소드에서 보듯 아버지 세대의 탐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성이 땅 투기를 통해 재벌을 무너뜨릴 만한 자금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좀 과장되어 보이지만 당시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정인엽 감독은 70년대 말부터 한국이 천민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던가 보다. 역시 아쉬운 건 만듦새와 각본의 꼼꼼함 부족. 당시 한국영화의 고질병...


 

개봉 : 1981년 8월 14일 중앙극장

감독 정인엽

출연 장미희오재두박원숙하용수박암트위스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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