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감독의 1967년 작품 는 정말 세련된 멜로드라마다. 이만희 감독은 거의 마이다스의 손이다. 건드리는 장르마다 이토록 세련되다니. 영화를 보는 내내 문정숙은 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분명 그녀에게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케가 오빠와 이혼해 달라고 말하기까지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신문기자도, 남편도, 고모도, 가정부까지. 이만희의 영화에서 상투적인 인물은 하나도 없다. 남편은 6.25전쟁에서의 부상으로 성불구가 되었다. 그는 아내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 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신문사의 부장은 소설속의 정숙한 아내의 모습은 현대의 모습이 아니라며 답답해한다. 문정숙 역시 답답한 인물일수 있다. 신문기자 강을 만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
2014년에 발굴된 김광식 감독의 를 시간이 나서 드디어 영상자료원에서 봤다, 이 다큐멘터리는 1968년이 대중가요가 시작된 지 50년이 된 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배우 김진규가 친절하게 대중가요의 역사를 들려주면서, 간간히 옛 시절의 모습은 재현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당대였던 60년대는 가수들이 직접 등장해 노래를 불러준다. 김진규는 대중가요의 시작이 일본 유학생들로 구성된 토월회가 연극 도중 막과 막 사이에서 불렀던 노래였다고 말한다. 이후 최초의 레코딩이었던 윤심덕의 사의 찬미(극 중에서는 죽음의 찬미로 말해진다)를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의 고단한 삶을 나 이애리수의 , 이난영의 등의 구슬픈 가락의 노래들이 민초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다. 이후 해방이 되면서는 희망을 표현..
1966년에 개봉된 이성구 감독의 은 쟈니 브라더스의 주제가가 참 좋았다. 그리고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영화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구 감독이 역시 좋은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은 돈 없이 몰려 다니던 건달 녀석들이 제대로 된 삶 한번 살아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정은 영원 하리라는 것. 오인의 건달로 나오는 인물들은 60년대 영화의 남자들답게 남성다움을 꽤 마초적으로 드러낸다. 아마 그 시절에는 남성다움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으리라. 주요 인물이 다섯이지만, 이성구 감독은 다섯명의 주인공을 제각각 개성 있게 묘사하고 있어 영화가 깔끔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 하나 배경으로만 머물지 않는 것은 이성구 감독의 연출이 좋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
이만희 감독은 을 만든 1967년에 무려 10편의 영화를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kmdb 참고). 1년에 10편이면 1달에 한 편 정도 영화를 찍은 것이 된다. 그렇다고 영화들이 대충 날림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67년에 만든 영화 중에서는 , 등과 같은 그의 대표 걸작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단한 집중력이다. 이건 그야말로 영화를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했다고 봐야 할 정도다. 그야말로 예술이면 예술, 오락이면 오락.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는 점점 원숙해지는 것 같다. 은 예술성보다는 오락성을 위주로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석구(신성일)의 회사 서류탈취 시퀀스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신성일이 지붕위를 걸어오며 회사에 침입하고 서류를 훔치고 경비원과 격투하는 시퀀스, 수직의..
이만희 감독의 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문정숙이 연기한 비련의 여인도 60년대 당시의 신파적 여인상에서 벗어나 있다. 장동휘가 연기하는 보스 역시 잔혹함 대신 로맨티스트의 외피를 하고 있다. 경상도 사나이 운전수인 이대엽은 여자의 과거를 묻지 않는 무척 쿨한 사나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시의 한국영화들이 여자의 과거와 순결에 매달릴 때 이대엽이 연기한 운전수는 그런 건 시시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만희 감독은 사랑하면 다 필요 없고 그저 사랑만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만희 감독 정말 멋지다니깐. 여타의 갱스터 영화와는 달리 에서는 악의 씨앗을 퍼트린 주체로 등장하는 장동휘는 자신이 만든 죄의 씨앗을 스스로 거둬 들이는 순교를 택하..
가난했던 시절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아이들의 고통스런 삶을 통해 우리는 아직 그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각박한 사회에 대해 안타까워 할 수도 있고, 그 비참함을 꼭 이겨내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말겠다는 다짐을 할 수도 있다. 여전히 가난했던 1960년대 후반. 김수용 감독 역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통해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는데, , 에 이어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고아축구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을 1968년에 개봉하며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축구만이 희망이었던 서울 시립 아동보호소의 축구부 소년들이 원장(김동원), 여선생(윤정희), 코치(신영균)의 도움을 통해 고..
1966년은 정진우 감독에게 창조력이 불꽃을 틔운 해였나 보다. 도 좋은 영화였지만 도 근사하다. 흑백화면이 주는 묘한 긴장감도 좋았고, 박인석(신성일)이 기거하는 하숙집의 군상들의 모습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게다가 조연급 인물들도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들어가는 구성도 좋다. 자신을 배신하고 떠난 옛여인의 옆집에 기거하면서 그녀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다는 이야기도 왠지 모던해 보인다. 박인석은 화상을 입자 자신을 떠나 부잣집 남자와 결혼한 재숙(김지미)에게 복수하기 위해 옆집에서 하숙을 하며 밤마다 아코디언으로 같은 음악을 연주한다. 그 음악은 인석과 재숙이 연애할 때 즐겨 연주하던 곡으로, 재숙은 이 음악을 들으며 괴로워 한다. 하숙집 주인(김희갑)은 잃어버린 아들이 있다. 하숙집엔 남편을 ..
1960년대의 신상옥 감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작품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오락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완성도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60년대 신상옥 감독은 영화 산업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과의 교감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신상옥이라는 이름과 신필름이라는 전설을 만들어낸 요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화려했던 60년대의 끝자락인 1969년에 개봉된 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신기했던 것이 지금의 관객인 나로서는 그동안 TV의 전설의 고향이나 여타 드라마를 통해 이미 너무 많이 접해 닳고 닳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