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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시절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아이들의 고통스런 삶을 통해 우리는 아직 그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각박한 사회에 대해 안타까워 할 수도 있고, 그 비참함을 꼭 이겨내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말겠다는 다짐을 할 수도 있다. 여전히 가난했던 1960년대 후반. 김수용 감독 역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통해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는데, <저 하늘에도 슬픔이>, <사격장의 아이들>에 이어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고아축구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맨발의 영광>을 1968년에 개봉하며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축구만이 희망이었던 서울 시립 아동보호소의 축구부 소년들이 원장(김동원), 여선생(윤정희), 코치(신영균)의 도움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고 희망을 성취한다는 스토리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당시 가난했던 한국의 모습을 과감 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당시 한국의 현실을 부각시키면서 여선생과 코치를 비롯, 주인공 격인 고아들의 드라마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극의 입체감을 더한다. 또한 영화의 가장 중요한 소재인 축구의 연습과 실전 경기등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스포츠 영화로서의 면모도 부족함 없이 소화하고 있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빠른 편집을 통해 소재를 적절히 컨트롤하는 김수용 감독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출력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자립심에 대한 응원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김수용 감독은 시대가 그것을 적절하게 받쳐주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숨기지 않는다.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하는 현실을 적확하게 직시하면서도 현실을 탓하기 보다는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김수용 감독 특유의 주제의식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축구부 11명이 모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결말이 다소 감상적이라 생각되긴 하지만, 희망을 통해 밝은 미래를 꿈꾼다는 영화의 주제와는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 자체는 신파적이고 계몽적인 영화라 할 수도 있겠지만, 각 인물들의 드라마가 풍성하게 제시되면서 입체적인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개봉 : 1968년 5월 8일 명보극장
감독 : 김수용
출연 : 신영균, 윤정희, 김천만, 김동원, 윤양하, 김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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