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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발굴된 김광식 감독의 <가요반세기>를 시간이 나서 드디어 영상자료원에서 봤다, 이 다큐멘터리는 1968년이 대중가요가 시작된 지 50년이 된 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배우 김진규가 친절하게 대중가요의 역사를 들려주면서, 간간히 옛 시절의 모습은 재현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당대였던 60년대는 가수들이 직접 등장해 노래를 불러준다.
김진규는 대중가요의 시작이 일본 유학생들로 구성된 토월회가 연극 도중 막과 막 사이에서 불렀던 노래였다고 말한다. 이후 최초의 레코딩이었던 윤심덕의 사의 찬미(극 중에서는 죽음의 찬미로 말해진다)를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의 고단한 삶을 <황성옛터>나 이애리수의 <타향살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등의 구슬픈 가락의 노래들이 민초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다. 이후 해방이 되면서는 희망을 표현하듯 리듬이 많이 밝아진다. <귀국선>이라는 노래는 위키 리와 유주용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데, 꽤 경쾌하다. 하지만 곧 6.25전쟁이 터지면서 다시 비극을 되풀이하게 되는데, 이 시절 현인이 <신라의 달밤>을,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등이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는 대중가요라는 것이 결국 민중들의 것이고, 민중들이 살았던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힘들기만 했던 한국의 근대사가 노래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60년대로 넘어오면 그야말로 희망의 시대가 된다. 구슬펐던 가락은 흥겨운 리듬으로 바뀐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 현미의 <사장님>, 이금희의 <키다리 미스터 김>,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등이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말해준다. 패티김과 정훈희를 비롯, 남진의 경쾌한 노래에 이르면 정말 60년대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68년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는 아마 최희준이었던가 보다. 그가 영화의 주제가를 부르며 문을 열고 나면, 윤복희가 파격적인 미니스커트를 입고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문을 닫는다. 여기서 윤복희는 미니스커트라는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인물이면서 과거의 구습과도 결별하는 인물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내레이터 김진규는 대중가요를 한국이라는 나라가 겪어온 근대사와 엮어가며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목적이 가요반세기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박정희를 미화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다큐는 직접적으로 5.16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면서 새마을 운동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김광수 감독의 <가요반세기>는 어떻게 보면 대중가요를 내세워 당시 정권을 미화하는 국책영화였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는 하나… 어쨌든 68년까지의 한국대중가요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은 좋았다. 어릴 때 고리타분하게만 들리던 황성옛터나 타향살이 그리고 목포의 눈물이 영상과 함께 보니 그 정서를 충분히 느끼겠더라는 것, 나이를 정말 먹긴 먹나 보다…
개봉 : 1968년 7월 10일 국도극장
감독 : 김광수
출연 : 김진규, 남진, 현미, 패티김, 이미자, 남인수, 유주용, 정훈희, 송해, 구봉서, 곽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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