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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배트맨을 거의 20년만에 다시 보면서
배트맨이라는 코믹북의 탄생이 언제였는가가 먼저 궁금해진다.
배트맨이라는 멋지고 재미있으면서도 복합적인 감성의
캐릭터가 만들어진 1939년. 아니 그 즈음을 아우르는 그 시기.
어쩌면 30년대를 통틀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미국인의 생각이 어떤것이었을까가 살짝 궁금해지지만
일단 그건 접어두고, 우선 팀 버튼의 배트맨과 코믹북의 배트맨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완전한 분리를 떠올리는 건 아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이상,
1939년 이후 TV와 영화를 아우르며 나타났던 그 이미지들의 북새통이야말로
팀 버튼의 배트맨을 위해 양분을 제공하고 있었을 테니까.
더군다나 1989년 태생의 팀 버튼의 배트맨에 대해서는
영화 좀 한다는 석학(?)들이 이미 온갖 방법으로 다 분석을 해놓았기
때문에 나같은 평범한 관객은 그 밥상에 숟가락 하나 놓을 자격도 없겠지만
눈 딱 감고, 숟가락 하나 넌지시 놓아보기로 한 것이다.
확실히 배트맨은 90년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볼 때의 느낌과
며칠전에 DVD로 본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90년 부산의 대한극장에서 볼때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고 내용이 품고 있는
깊은 맛을 느끼지도 못했다는 것이었고
지금 DVD로 봤을때는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수박 겉핥기는 했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역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배트맨이 가지고 있는 그 이중성과 정체성에의
매혹일 것이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등 익히 알려진 초인적 히어로들의
출생배경이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프롤레타리아들이거나 혹은 외계에서
온 것이거나 그도 아니면 무한증식되는 과학의 발달로 인한 폐해에 의해
서이거나 이지만, 공통점은 그들은 자본주의라는 체제와는 별 상관이 없는
곳에서 만들어져 그 체제속에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출생배경이
관객들의 감정이입에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배트맨은 시침 뚝 떼고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주체이면서 대체적으로
악역으로 그려지는 자본가를 우리들의 히어로로 탄생시켰다.
더군다나 자수성가라는 최소한의 도덕적 장치마저도 제거하고 상속(?)에 의한
부의 세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결국 탄생배경에 이미 도덕적인 결함을 내포한
상태라면, 혹시 배트맨의 영웅심리는 속죄의 행위는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는
서구라는 가정을 등에 업고 보면 그건 기부라는 행위의 다른 버전일 수도
있겠다는 것. 그래서 배트맨이라는 존재. 그 자본의 그림자로부터 ‘탐욕’이라는
단어를 제거하고 비로소 도덕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중성 혹은 이면이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필연적으로 담고 있는
캐릭터이다 보니 조커라는 억압되어 있는 형제가
필연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결코 웃지 않는 배트맨과 웃고 있어야만 하는 조커
항상 선의 자리인 있는 배트맨과 악의 자리에 있는 조커
항상 검은색의 옷만 입는 배트맨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라 할만큼
현란한 색채의 옷을 입고 있는 조커라는 인물은 항상 댓구를 이루며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일차적으로야 코믹북에서 이미 비롯되어진 인물이지만
팀 버튼을 통해, 팀 버튼적이라는 좋은 의미에서의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축되면서 인물들의 파토스가 좀 더 진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그래서 웃고 있는 조커의 죽음에서 선의 승리라는
카타르시스보다는 어떤 비애의 감정이 더 짙게 느껴지는 것일 것이다.
또 다른 재미라면 그동안 매체에서 배트맨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주 언급되었던
고급문화와 키치라는 것에 대한 전복의 쾌감이 무엇인지 알수 있었고
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다가왔다는 것도 밝혀야 겠다.
조커가 악행을 행하는 공간이 가지는 은밀성.
바람에 흩날리는 돈다발에 열광하는 시민들에 대한 독가스 살포.
국보급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에서의 행위들.
더군다나 신성시 되고 있는 그림들에 대한 훼손이 보여주는
규율과 어쩔수 없이 암묵적으로 동의해야만 하는 가치라는 이름의
일방성에 대한 거부의 내밀한 낄낄거림도 시원하고,
더불어 조커가 자본주의의 암세포라 할 만한 갱스터이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고담시와 화학공장이라는 공간에서 탄생되었다는 것을 통해
탐욕으로 얼룩진 자본에 대한 조롱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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