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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유럽영화

불임 de passievrucht

구름2da 2018. 8. 27. 20:47



알민이라는 남자는 어느날 갑자기 불임 판정을 받는다. 그것도 선천적이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에겐 이미 15살이나 된 사랑하는 아들이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내 모니카는 이미 10여년 전에 죽고 없다. 새로운 여자친구는 옛 아내의 베스트프렌드. 뭔가 알고 있는듯 한데 말하려고 하질 않는다. 알민은 혼자 아들의 진짜 아버지를 찾아보기로 한다.

 

네덜란드 영화인 <불임>은 성이 자유로운 유럽, 특히 더 개방적이라는 북유럽의 상황에서 나올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알민은 자신과 모니카가 결혼하기 전, 아내가 만났던 남자들을 찾아다닌다. 그 남자들 중에는 알민의 친구들도 여럿이다. 하지만 결혼 이전의 남자관계는 알민에게 별 의미는 없다. 단지 모니카가 알민과 결혼후에도 다른 남자를 만났는가의 여부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건 일종의 규칙같은 거 같다. 아무리 프리섹스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더라도 결혼이라는 제도의 우산안으로 들어오면 부부간의 책임과 의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일테다. 그래서 알민이 가장 궁금해 했던 질문은 모니카가 외도를 하면서 후회했는가의 여부이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등장인물들 정말 솔직하다.^^ 알민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신이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말해버린다. 민감한 청소년인 아들의 혼란을 고민하는 장면은 전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아들 보는 당황한다.하지만 합리적(?)사회에서 자라서 그런지, 보는 오히려 무덤덤해 보인다. 단지 아버지와 갑자기 서먹해져 버렸고, 그런 상황이 오히려 더 화가 난 것 같지 뭔가?

 

결국 보의 아버지는 알민의 친아버지, 즉 보의 할아버지로 밝혀진다. 알민과 보는 형제였던 셈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사실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인보다는 그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알민과 보의 화해에 더 중점을 둔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좀 더 심각해지거나 복잡해 졌을 것 같다. 우선 핏줄우선의 혈연주의가 부각될테고, 그로인한 가족의 신성함이 문제로 부상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다른것 같기도 하다.

 

알민은 모니카가 외도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듣는다. 단지 아버지가 명확하지 않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의 친아버지로 밝혀진 알민의 아버지에게서도 미안하다거나 하는 말은 듣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겠지. 과거 보다는 지금, 현재를 잘 꾸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쨌든 저쨌든 알민은 보를 아들로 생각하고 키울 것이고, 옛 아내의 여자친구와 결혼할 것이고, 그녀는 보를 자신의 아들로 키울 것이며, 보는 알민을 형이 아닌 아버지로 여길 것이다. 그들은 아빠, 엄마,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인 것이다. 감독은 알고봤더니 동생이었더라는 사실은 전혀 문제거리로 다루고 있지 않으며,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관계도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고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보면 그 시각이 혈연주의에서 비롯됨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혼과 재혼이 점점 흔해지고 있고, 섹스에 대한 생각도 서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혈연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의 모습도 충분히 상상해 볼 수도 있다. 김태용 감독도 <가족의 탄생>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루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미 세대가 바뀌었고, 조선이 물려준 유교의 유산도 희미해졌다. 사회는 변하고 그로 인한 새로운 가치관이 생성되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내가 그 상황을 이성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받아들일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벅찬감도 아직은 있지만 말이다. 네덜란드 영화 <불임 de passievrucht>는 내겐 꽤 재미있었고 생각해 볼 여지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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