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길종 감독의 유작 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작인 의 영광을 생각해도 그랬다. 하지만 그저 그런 영화라고 단순하게 말할 성질의 영화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탄탄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힘은 빠져 보였다. 어쩌면 하길종 감독은 처음부터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구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의 속편이어서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당대 유신 체제에서 숨 막혀 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아닌 척 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으로부터 3년후. 병태(손정환)는 병장말년이다. 곧 제대를 앞두고 있다. 영자(이영옥)가 면회를 온다. 영자가 그리웠던 병태는 영자를 붙잡지는 못한다. 병태가 제대하고 영자는 졸업한다. ..
임권택 감독은 1978년에 라는 걸출한 작품을 만들면서 앞으로 한국영화계의 거장이 될 초석을 다졌다. 더불어 임권택 감독은 1978년에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두 편 만든다. 바로 북한 어린이와 남한 어린이의 비극적인 우정을 다룬 과 한 소년의 성장담 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 두 편의 영화가 어린이용 영화에서 기대함직한 밝은 기운을 그다지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임권택 감독은 어린이를 마치 어른처럼 다루고 있다. 장난꾸러기 환(이영수)은 공원에서 친구들과 야구시합을 하던 중 나무에 있는 새집을 떨어뜨린다. 마침 공원을 지키던 할아버지가 새집을 다시 올려주려다 실족하여 병원에 실려간다. 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의기소침했던 환은 바닷가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
변장호 감독의 가 시작되면 어안렌즈로 심하게 굴곡되어 나타나는 서울 도심이 보인다. 뭔가 비정상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곧 강박사(남궁원)가 심각한 공해문제에 대해 강의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이 세상이 공해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앵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곧 이어 강박사는 아내인 정희(고은아)가 과대망상형 도착증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신과 의사는 이 병의 원인으로 중년 여성의 소외감 외에 공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곧 우리는 정희가 남편 강박사의 영향으로 환경오염문제에 심각한 편집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강박사와 제자 나미(유지인)는 정희를 현실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질투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곧 나미는 그들과 동거..
박호태 감독의 를 보았다. 나에게 박호태 감독은 80년대 내내 시리즈 덕분으로 에로영화 감독으로만 인식되었는데, 70년대 영화를 몇 편 찾아보면서 그가 생각보다는 여러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영화사에 족적을 남길 만한 완성도 있는 작품은 드문 편이지만, 78년에 개봉된 는 호스티스물의 인기에 힘입어 크게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는 이듬해인 1979년에 개봉된 작품이다. 지금까지 봤던 박호태 감독의 작품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호(남궁원)과 연하(윤연경)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후, 시골의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삶을 바치고 있다. 그들은 아들과 딸을 두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광호는 분교장 모임 참석..
이원세 감독의 는 비밀의 간직한 배정숙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주로 소설가인 유태준의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러니까 유태준이 궁금해 하는 만큼 관객들은 궁금해하고, 유태준이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 만큼 관객들도 알게 된다. 정숙(김자옥)은 귀갓길에 자신을 따라오는 소설가 유태준(박근형)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조금씩 자신에 대해 숨기는 것이 있다. 하지만 곧 유태준이 이혼한 상태이며, 아내는 정숙에게 태준을 부탁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가 어떤 사연으로 이혼했고, 왜 아내가 그토록 정숙에게 관대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제 남은 건 정숙의 비밀. 그녀에겐 자신이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대근)이 찾아오고, 민상기라는 남자도 찾아온다. 유태준은..
김준식 감독의 1979년 작품 가 보고 싶어서,진열장이라고 말하고 붙박이장안에 마구 쌓아 놓은 비디오 더미를 뒤적거렸다.역시 재미있더라.정겨운 풍경이 많이 등장하고, 착한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힐링이 된다.영화적으로야 낮과 밤도 맞추지 못하는 연출 미스에 편집 미스가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어차피 영화적 성취를 기대한 것이 아니므로 내용이 주는 재미는 변하지 않더라.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 미경(강수연). 리더십 강한 미경.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쓴다. 그런데 뜻밖에 답장이 오고, 알고 봤더니 그 답장은 바로 우체부 아저씨가 대신 쓴 것이라는 것. 나중에 미경은 세계 편지쓰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다는 내용. 미경은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어린이상을 구현한다.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고, 협동..
박철수 감독은 1980년대 중반 , 이 주목을 받으면서 당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에 개봉된 는 1978년 으로 데뷔했던 박철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초기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여성, 즉 여주인공 가희는 지금의 관객인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좀 힘든 캐릭터였다. 더군다나 페미니스트처럼 알려져 있는 박철수 감독의 작품이라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치원 교사인 가희(김영란)는 뒷산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노래 소리에 이끌려 산을 오른다. 어느 무덤에 누워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를 발견한 그녀는 곧 뒤돌아 서지만 이내 그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다. 가희는 방황한다. 사랑하는 애인 영우(이영하)도 멀리하기 시작..
심우섭 감독은 한국의 코미디 영화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이름이긴 하지만 작품적으로는 그다지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적당히 흥행을 노릴 만한가벼운 영화를 값싸고 빠르게 찍어주는 감독 중의 한 명이었던 듯 싶다. 60년대 후반 , 등 구봉서, 남정임과 함께 한 일련의 영화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코미디에 좀 더 정진한 듯 보이지만, 코미디를 통해 시대를 성찰하기 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볍게,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유치할 수 있는 농담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979년에 개봉된 역시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수 이은하의 히트송을 등에 업고 흥행을 노린 이 작품은 가수를 지망하는 왈가닥 가정부 정옥, 부잣집 아가씨와 결혼해 한 몫 잡아보려는 운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