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이 전부인 영화이자 실험적인 영화이면서 누벨바그 시절 고다르의 영향 아래 있는 영화인 듯하면서 60년대 모더니즘의 영화. 스즈키 세이준이 감독한 이 영화. 살인의 낙인에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거창한 주제를 찾으려고 하면 낭패다. 소개합니다. 킬러 이름은 하나다. 볼 살 토실토실한 귀여운 시시도 조의 연기. 그의 아내는 색정광. 조직으로부터 이런저런 사건을 의뢰받아 끝내주게 성공. 미사코로부터 의뢰받은 살인. 그 살인 의뢰는 다이아몬드를 빼돌린 사람을 차례로 죽이고 그걸 조사하러 온 외국인을 죽이는 것. 하지만 실패. 이때부터 조직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음. 이어지는 아내의 배신, 미사코의 실종. 넘버 2,4,5를 모두 죽이고, 3은 어디에? 넘버3는 바로 자기 자신. 이제 넘버1의 집요한 살해위..
평생 장돌뱅이로 살면서 같이 늙어가고 있는 허생원, 조선달, 윤봉운이 봉평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허생원은 잘생기고 젊은 동이에게 손님을 빼앗기자 화를 내며 어깃장을 놓는다. 봉평은 허생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고장이다. 바로 젊은 시절 첫사랑 분이를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이는 아버지의 노름빚 때문에 팔려가고, 허생원은 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지만 안타깝게 만나지 못하고 오늘까지 왔던 것. 윤봉운이 쓸쓸하게 죽자 조선달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허생원은 동이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은 황순원의 대표적 단편 소설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이성구 감독은 최대치의 아름다운 화면으로 영화화 했다. 영화 속 봉평 메밀밭과 ..
협동한의원을 운영하는 김희갑과 황정순 부부. 아버지 김희갑은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은 막내딸의 연애가 못마땅하다. 이 와중에 전국 팔도에 흩어져 사는 딸들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온다. 부부는 딸들을 찾아 팔도여행을 떠난다. 첫째 은희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는 시멘트공장과 충청도의 문화재를. 둘째 민자가 살고 있는 전라도에서는 넉살좋은 사위 박노식과 간척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제주도 여행을. 넷째딸이 살고 있는 부산에서는 돈은 많지만 인색한 사위에게 마음을 상하고, 셋째딸이 사는 울산에서는 비료공장을. 다섯째딸 미애가 살고 있는 속초에서는 딸의 가난한 살림살이에 가슴아파 한다. 마지막으로 군인인 아들을 방문하여 남북분단의 현장을 둘러본다. 김희갑은 막내딸의 교제를 허락한다. 환갑을 맞이하여 모인 아들 딸, 사위와..
이만희 감독의 1967년 작품 는 정말 세련된 멜로드라마다. 이만희 감독은 거의 마이다스의 손이다. 건드리는 장르마다 이토록 세련되다니. 영화를 보는 내내 문정숙은 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분명 그녀에게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케가 오빠와 이혼해 달라고 말하기까지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신문기자도, 남편도, 고모도, 가정부까지. 이만희의 영화에서 상투적인 인물은 하나도 없다. 남편은 6.25전쟁에서의 부상으로 성불구가 되었다. 그는 아내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 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신문사의 부장은 소설속의 정숙한 아내의 모습은 현대의 모습이 아니라며 답답해한다. 문정숙 역시 답답한 인물일수 있다. 신문기자 강을 만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
이만희 감독은 을 만든 1967년에 무려 10편의 영화를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kmdb 참고). 1년에 10편이면 1달에 한 편 정도 영화를 찍은 것이 된다. 그렇다고 영화들이 대충 날림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67년에 만든 영화 중에서는 , 등과 같은 그의 대표 걸작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단한 집중력이다. 이건 그야말로 영화를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했다고 봐야 할 정도다. 그야말로 예술이면 예술, 오락이면 오락.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는 점점 원숙해지는 것 같다. 은 예술성보다는 오락성을 위주로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석구(신성일)의 회사 서류탈취 시퀀스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신성일이 지붕위를 걸어오며 회사에 침입하고 서류를 훔치고 경비원과 격투하는 시퀀스, 수직의..
1966년에 로 세련된 청춘 멜로드라마의 장을 열었던 정진우 감독. 그가 1년 후 다시 한번 세련(?)으로 무장한 영화를 발표했는데, 바로 이다. 여기서 세련이라 함은 당시의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모습이라 할 고리타분한 대사를 읊조리는 느린 전개로 신파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그렇고 그런 영화들과는 일정 부분 차별화시켜보려는 나름대로의 연출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은 자연스럽게 쌈박한 대사를 읊조리는 빠른 전개로 신파에서 탈피한 영화가 되어야 마땅하겠지만, 스타일적으로야 세련되어 보인다고는 하나 와 같은 성취에는 도달하지 못한 영화구나 하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썩 재미를 느끼지도 못한 편이고 말이다. 아마 60년대의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더, 더, 더,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이 강했을 것이다. 여..
가수 이미자의 일대기를 그린 은 해방 이후 한국영화계를 이끌었던 한형모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 하기 전에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대중영화계를 이끌었고,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산업으로서 한국영화를 정착시킨 인물중의 한명이 바로 한형모 감독이다. 유현목 감독이나 김기영감독처럼 작가적 감독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분명 그의 영향력은 기억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영화는 이미자가 직접 본인의 이야기에 전문배우가 아니라 직접 출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노래 한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대의 트로이카 중의 한명이었던 남정임이 이미자역을 대신하고 있다. 영화는 이미자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고생담. 노래 콩쿨에서 상..
신상옥 감독의 은 안타까운 사랑이 있는 재미있는 멜로드라마다. 조선에서 태어났다는 카지야마 토시유키의 원작을 각색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오영일이 연기하고 있는 노구찌가 아마 그의 분신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난 노구찌(오영일)는 일본인이라는 우월감이 없는 여학교의 미술선생이다. 그는 조선을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며 조선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으려고 하는데, 어느날 독립운동을 하는 동호(이대엽)을 숨겨준 후, 그의 소개로 한국 전통춤을 추는 영순(문희)을 만나게 되고, 이후 한국 춤의 매력에 빠져들며 영순을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면 인물들을 전형적인 조선인, 일본인이라는 이분법으로 그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있었을 법한 다양한 인물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