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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미자의 일대기를 그린 <엘리지의 여왕>은 해방 이후 한국영화계를 이끌었던 한형모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 하기 전에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대중영화계를 이끌었고, <운명의 손> ,<자유부인>,<청춘쌍곡선>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산업으로서 한국영화를 정착시킨 인물중의 한명이 바로 한형모 감독이다. 유현목 감독이나 김기영감독처럼 작가적 감독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분명 그의 영향력은 기억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영화는 이미자가 직접 본인의 이야기에 전문배우가 아니라 직접 출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노래 한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대의 트로이카 중의 한명이었던 남정임이 이미자역을 대신하고 있다. 영화는 이미자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고생담. 노래 콩쿨에서 상을 받으며 아버지와 할머니를 봉양하는 효녀의 모습을 통해 가난에도 주눅들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린 이미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 이미자로 출연한 김명옥은 나중에 빙글빙글을 부르며 80년대의 대표적 여가수가 되는 나미의 본명이며, 어린시절에 직접 출연했던 것이라고 한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직접 녹음을 한 것 같은데, 앙증맞은 목소리에 앳된 기교가 섞인 것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딱 맞구나 싶을 정도.^^

 

이런 재미다. <엘리지의 여왕>의 재미는. 당시의 관객과 다르게 후대의 관객인 나에겐 이미자의 노래보다는 당시의 극장쇼의 풍경. 콩쿨장면의 모습등이 내용보다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특히 좋았던 것은 후시녹음으로 진행되었을 이 영화에서 남정임이 이미자의 노래를 부를 때 입모양을 제대로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봤던 많은 한국영화에서 노래와 입모양이 이렇게 잘 맞는 경우는 드물었다. 70년대, 80년대 영화에서도 말이다. 남정임은 분명 이미자가 노래 하는 모습을 보며 꽤 연구를 했을 것으로 보이고, 당시 20여편까지 동시출연하곤 했던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배역을 위해 들인 그 노력과 정성이 느껴진다.

 

<엘리지의 여왕>에는 알고보면 두 명의 여왕이 출연했던 영화다. 주인공인 이미자와 20여년 후 가요계를 평정하는 나미가 주인공이다. 동백아가씨가 빙글빙글을 부르며 초석을 다진 가요계를 소녀시대가 뛰어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막 나가는건가???


개봉 : 1967년 11월 2일 동아극장

감독 : 한형모

출연 : 남정임, 박노식, 주증녀, 이낙훈, 김동원, 양훈, 김정옥, 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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