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순진(구봉서)은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를 나오기가 무섭게 외상값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에게 다 털린다. 남아 있는 돈으로는 밀린 하숙비조차 낼 수 없다. 이때 하숙집 주인 인숙(도금봉)이 하숙비를 대신 내 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마음에 순진은 영화구경을 제의하고 인숙은 따라 나선다. 어느날 베이커라는 미국인의 부인이 찾아온다. 6.25때 베이커의 목숨을 구했던 순진에게 유산 이백억환을 남긴 것. 조건은 무조건 자신만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고 순진에게 돈을 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유언이 잘 못되었다며 다시 돈을 달라고 한다. 순진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그는 다시 유언이 정확하다며 돈을 주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인순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는 기차에 오른다. ..
17살 순이가 시집가는 날. 그러나 아직 남자를 모른다. 한 동네에서 오누이처럼 자란 바우는 순이의 결혼에 질투가 난다. 나이 많은 남편은 순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순이는 시댁에서 시어머니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밤이 무섭다. 어느날 시어머니가 사다준 고무신과 동동구리무를 받고 며느리와 아내라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남편과 첫날밤을 보낸다. 집을 나온 바우는 순이와 떠나려하지만 순이가 완강히 거절한다. 바우의 청을 거절한 것에 괴로워하던 순이. 그만 불을 내 집이 타버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순이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사랑을 알고 가족의 정을 느낀다. 몇 달 후 순이는 아들을 출산한다. 홍파 감독의 은 안정감이 있는 영화다. 전체적으로 내러티브도 좋았고, 다양한 상징의..
명혜가 출산을 한다. 그런데 아이가 장애아다. 남편 용일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혹시 전 애인이었던 현수의 아이가 아니냐고 다그친다. 용일은 친구 현수의 애인이었던 명혜에게 끈질기게 구애했고, 어이없게 현수가 포기해 그와 결혼했던 것. 그래서인지 용일은 아내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남편은 기어코 아이를 시골 유모에게 보내버린다. 괴로운 나날이 이어지는 와중에 현수는 자살하고, 남편은 미국으로 떠난다. 남편이 없는 틈에 아이를 찾아오지만 아이는 폐렴에 걸려 죽고 만다. 명혜는 괴로움에 자살을 결심하지만 기환이 그녀를 구한다. 기환은 다시 열렬하게 명혜에게 구애하지만 끝내 명혜는 거절한다. 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 촬영감독인 전조명 감독의 연출작 중의 한편이다. 윤정희, 신성일, 신영균..
정소영 감독의 는 결혼으로 은퇴했던 60년대 트로이카중의 한명이었던 남정임이 이혼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다. 으로 한국 영화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면서 멜로영화에서 만큼은 중요한 파워를 가진 정소영 감독이라면 남정임으로서도 몇 년의 공백과 이혼이라는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복귀가 되리라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만남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진 못한 것 같다. 일단 영화 자체가 전형적인 70년대 멜로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고, 정소영 감독의 연출 역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애(남정임)의 고통과 그녀의 딸인 은아의 노력으로 남편(윤일봉)의 용서를 받고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하길종 감독의 유작 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작인 의 영광을 생각해도 그랬다. 하지만 그저 그런 영화라고 단순하게 말할 성질의 영화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탄탄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힘은 빠져 보였다. 어쩌면 하길종 감독은 처음부터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구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의 속편이어서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당대 유신 체제에서 숨 막혀 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아닌 척 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으로부터 3년후. 병태(손정환)는 병장말년이다. 곧 제대를 앞두고 있다. 영자(이영옥)가 면회를 온다. 영자가 그리웠던 병태는 영자를 붙잡지는 못한다. 병태가 제대하고 영자는 졸업한다. ..
이강윤 감독의 를 보았다. 과 의 속편격인데 이야기가 정확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에서 쌍둥이를 낳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에서는 결혼하기 전 함이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에서 영철을 연기했던 하재영이 병태를 연기하고 있다. 를 찍은 후 작고한 하길종 감독 대신 이강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확실히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는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에 뛰어든 병태와 영자의 모습을 통해 당시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던 시절의 젊은이들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생생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결혼을 했지만 백수인 병태의 모습은 요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영자가 병태가 취직됨과 동시에 요즘은 꿈의 직장이라 할만한 은행을 그만두는 모습은 당..
1969년 개봉한 박종호 감독의 는 당대의 시각에서 파격적이라 할 만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는 동시에 대담한 노출과 러브씬의 묘사 등 외설시비를 불러일으키며 파문을 만든 영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에겐 무엇보다도 이나 여타 영화를 통해 대표적인 청순가련형 여배우의 대명사였던 문희의 색다른 변신이 더욱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여대생인 미지(문희)는 약혼자인 성민(남진)이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성불구가 된 것을 알고 방황하던 중 병원에서 만난 허사장(남궁원)과 육체적 관계를 갖게 된다. 성민과 허사장 사이에서 정신적 사랑과 욕망에 대해 갈등하던 미지는 두 사람과 모두 이별하며 홀로서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이기도 한 미지라는 여성 캐릭터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자신의 행동..
한국의 명배우 최무룡이 감독한 은 그의 15번째 연출작이다. 그리고 내가 본 유일한 그의 연출작이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최무룡은 명배우이나, 감독으로서의 최무룡은 영 젬병이 아닐까 싶다. 무려 15번째 작품이지만, 건질거라고는 문희의 발랄함, 김창숙의 세침떼기 연기, 신인여배우 유미의 얼굴정도라고 할까? 연출이라고 할만한 것이 영~~ 없다. 영화는 지나친 우연성과 작위적 설정, 개연성 없는 인물의 급작스런 심리변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는 종횡무진(?)이다. 부모가 없는 고아여서 등록금 낼 돈을 구하기 위해 술집에서 기생으로 일해야만 하는 고달픈 인생으로 등장하지만 화려한 아파트에 살고 옷은 거의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거나, 기생을 자신의 딸로 생각한다며 스폰서를 자청하는 사장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