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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가 출산을 한다. 그런데 아이가 장애아다. 남편 용일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혹시 전 애인이었던 현수의 아이가 아니냐고 다그친다. 용일은 친구 현수의 애인이었던 명혜에게 끈질기게 구애했고, 어이없게 현수가 포기해 그와 결혼했던 것. 그래서인지 용일은 아내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남편은 기어코 아이를 시골 유모에게 보내버린다. 괴로운 나날이 이어지는 와중에 현수는 자살하고, 남편은 미국으로 떠난다. 남편이 없는 틈에 아이를 찾아오지만 아이는 폐렴에 걸려 죽고 만다. 명혜는 괴로움에 자살을 결심하지만 기환이 그녀를 구한다. 기환은 다시 열렬하게 명혜에게 구애하지만 끝내 명혜는 거절한다.

 

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 촬영감독인 전조명 감독의 연출작 중의 한편이다. 윤정희, 신성일, 신영균, 박병호, 전양자 등 당대 톱스타가 출연하는데, 완성도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냥 그저 그런 60년대 후반 진부한 멜로드라마중의 하나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남자들에 의해 받는 밑도 끝도 없어 보이는 슬픔을 나열한다. 그러나 남편의 저돌적인 이기주의나 전 애인의 우유부단함에서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여주인공이 고통을 인내하는 것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지치게 된다.

 

더욱이 인물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저돌적 애정공세와 자살시도 뿐이어서 구성이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대체 영화 속에서 중요 인물들이 모두 자살을 하지 않으면 저돌적 애정공세니. ~~. 이렇게 버티다 결국 자신의 슬픔은 찬란한 슬픔이었으며, 앞으로는 더 이상 찬란한 슬픔은 없을 것이라는 자기 위안이나 하고 있는 명혜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러려고 이 영화 봤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유일하게 좋았던 장면은 60년대 해운대의 모습이다. 그 시절에 나는 세상에 없었지만, 어린 시절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한적했던 해운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백사장뿐인 해운대가 아주 정겹게 보이더라는...

 

개봉 : 1968년 1월 1일 국도극장

감독 : 전조명

출연 : 윤정희, 신영균, 신성일, 박병호, 한은진, 김정훈, 전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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