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일지매 부정부패와 탐관오리의 학정이 극에 달한 조선 말엽. 김만근과 그 일파는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 즈음 마을에는 양민을 돕는 일지매라는 사람이 출몰하여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어 의적이라 불리고 있다. 덕진이 바로 그 일지매다. 그는 김만근 일당을 쳐부술 생각에 가득하다. 그의 여동생 연화는 기생으로 위장하고 있다. 인걸은 박흥수라는 가명으로 그들과 만난다. 그 역시 김만근 일당을 쳐부수려 하는데, 그는 김만근의 애첩 도금봉에게 청을 넣어 금부도사가 된다. 박흥수는 덕진이 일지매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 그를 그냥 내버려둔다. 알고 보니 흥수 역시 일지매 가면을 쓰고 덕진을 돕고 있다. 연화는 예전 어린 시절 인걸과 이미 정혼했던 사이였다. 인걸 역시 숙향 아..
진아의 편지 - 청년문화 세대의 연애 진아의 편지를 몇 년 만에 다시 보면서 다시 한번 김응천 감독에게 청춘영화의 대부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그가 하이틴 영화와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많이 발표하면서 얻게 된 이 별명에 관객은 단단히 속고 있다고 느끼는 건 그가 본질적으로 청춘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청춘을 지나고 있는 당사자보다는 항상 부모 혹은 어른의 입장을 대변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청춘을 대하는 자세는 대체로 보수적인 편이다. 에서도 주인공인 진아와 세환은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진아부터 엄마에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세훈은 아버지의 영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설희가 속해 있는 사교모임에 광주에서 올라온 의학도인 철규가 가입한다. 철규는 모임의 회원인 영옥의 정혼자이지만, 곧 설희와 사랑하게 된다. 영옥은 젊은 세대로서 그 상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설희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설희가 실은 고아였음을 말해준다. 상황은 이러하다. 설희의 양모인 유금지는 과거에 철규의 아버지이기도 한 닥터박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결합하지 못했다. 아이가 없던 금지에게 닥터박은 자신의 외도로 태어난 설희를 맡겼던 것. 비로소 철규는 아버지가 설희와의 결합을 반대했던 것을 이해한다.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설희는 닥터박을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철규와는 남매로 남게 된다. 이용민 감독의 은 신문연재소설이 원작이다. 당시 신문에 의하면 원작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김지미를 중심으로 한 신..
협동한의원을 운영하는 김희갑과 황정순 부부. 아버지 김희갑은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은 막내딸의 연애가 못마땅하다. 이 와중에 전국 팔도에 흩어져 사는 딸들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온다. 부부는 딸들을 찾아 팔도여행을 떠난다. 첫째 은희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는 시멘트공장과 충청도의 문화재를. 둘째 민자가 살고 있는 전라도에서는 넉살좋은 사위 박노식과 간척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제주도 여행을. 넷째딸이 살고 있는 부산에서는 돈은 많지만 인색한 사위에게 마음을 상하고, 셋째딸이 사는 울산에서는 비료공장을. 다섯째딸 미애가 살고 있는 속초에서는 딸의 가난한 살림살이에 가슴아파 한다. 마지막으로 군인인 아들을 방문하여 남북분단의 현장을 둘러본다. 김희갑은 막내딸의 교제를 허락한다. 환갑을 맞이하여 모인 아들 딸, 사위와..
1960년대의 신상옥 감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작품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오락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완성도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60년대 신상옥 감독은 영화 산업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과의 교감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신상옥이라는 이름과 신필름이라는 전설을 만들어낸 요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화려했던 60년대의 끝자락인 1969년에 개봉된 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신기했던 것이 지금의 관객인 나로서는 그동안 TV의 전설의 고향이나 여타 드라마를 통해 이미 너무 많이 접해 닳고 닳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이야기를 ..
춘향전은 70년대까지 한국영화의 흥행을 이끌었고, 첫 기록을 유난히 많이 가지고 있으며, - 무성영화 시대의 첫 토키영화였으며, 한국전쟁 이후 첫 흥행영화이기도 했고, 처음으로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하는 등 – 이후 영화와 TV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었고, 2010년엔 방자전으로 또 한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한국관객과는 뗼레야 뗄수 없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고전작품이다. 그러다보니 춘향하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겨운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TV의 춘향부터 방자전까지 볼 수 있는 건 다 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던 마지막 신상옥 감독의 그 유명한 을 보기로 한 것은 책장에 꽂혀 있는 신상옥 박스셋에 수록된 5편의 영화중 유일하게 안..
1970년 신정프로로 개봉된 신상옥 감독의 은 농아부부와 그 아들의 세상살기에 관한 영화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 시절은 더욱 장애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해 볼 때, 신상옥 감독은 좀 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 않았겠나 싶지만, 살짝 현실을 스케치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마는 아쉬움은 조금 생긴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는 신파적 설정이 보이긴 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기조로 하고 있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신상옥 감독은 두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이해와 따뜻한 사랑을 통한 역경의 극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아인 김진규, 최은희 부부와 아들인 신성일, 김창숙 커플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영화는 농아부부의 아들인 신성일이 겪는 일상의 차별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이건 내 생각에 불과하지만 50~60년대 초중반까지의 한국영화에는 강인한 여성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그 강인함이라는 것이 거친 남성스러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일제의 착취와 노동, 그리고 총칼에 쓰러져간 남성들의 자리를 잠시나마 대신할 수 있는 즉,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 면모를 가지고 있거나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 여성상을 그리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후에도 가부장의 자리를 대신하는 어머니, 아들, 딸의 모습을 그리는 한국영화는 대체적으로 88년 이전까지는 지속적인 흐름으로 만들어지고는 했고 관객의 호응도 높았던 것 같다. 선 굵은 남성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알려진 신상옥 감독의 영화도 알고보면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