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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의 편지 - 청년문화 세대의 연애



진아의 편지를 몇 년 만에 다시 보면서 다시 한번 김응천 감독에게 청춘영화의 대부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그가 하이틴 영화와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많이 발표하면서 얻게 된 이 별명에 관객은 단단히 속고 있다고 느끼는 건 그가 본질적으로 청춘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청춘을 지나고 있는 당사자보다는 항상 부모 혹은 어른의 입장을 대변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청춘을 대하는 자세는 대체로 보수적인 편이다.


<진아의 편지>에서도 주인공인 진아와 세환은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진아부터 엄마에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세훈은 아버지의 영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진아의 어머니가 시대에 비해 다소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거의 편지와 목소리로만 등장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세환의 아버지는 직접적으로 세환의 삶에 개입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성세대의 모습을 김응천 감독은 받아들이고 순종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모순적인 면이 다분히 있다고 영화속에서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다보니 <진아의 편지>는 주제와 내용이 엇박자를 일으키게 된다.



결국 진아와 세환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그들이 미성숙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기성세대의 질서를 받아들이며 인내하겠다는 것을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기본적으로는 김응천 감독이 당시 통기타 혹은 청바지 세대로 불리던 청년문화세대의 사고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게 아닌가 싶다


개봉 : 1974년 11월 15일

감독 : 김응천

출연 : 신영일, 이숙명, 최은희, 최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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