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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신정프로로 개봉된 신상옥 감독의 <만종>은 농아부부와 그 아들의 세상살기에 관한 영화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 시절은 더욱 장애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해 볼 때, 신상옥 감독은 좀 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 않았겠나 싶지만, 살짝 현실을 스케치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마는 아쉬움은 조금 생긴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는 신파적 설정이 보이긴 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기조로 하고 있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신상옥 감독은 두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이해와 따뜻한 사랑을 통한 역경의 극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아인 김진규, 최은희 부부와 아들인 신성일, 김창숙 커플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영화는 농아부부의 아들인 신성일이 겪는 일상의 차별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현실적 문제를 끌어온다. 어린시절부터 농아부모를 뒀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거나 어른이 되어서는 여자친구와의 사랑마저도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에게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연속되는 갈등의 해결이 익숙한 패턴이라 할 만한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갑자기 극복되고 아들인 신성일은 김창숙과의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 쉬운 결말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조합이 무척 좋은 영화이기도 했다. 실제 수화까지 하면서 농아부부를 연기한 최은희와 김진규는 두말 할 것도 없지만, 농아부모를 둔 아들의 고뇌를 잘 표현한 신성일이나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20대 초반의 김창숙의 연기도 좋아보였다. 다만 벙어리라는 설정을 위해 표현되었을 수화와 함께 ‘으으, 데데’하는 음성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어서 좀 불편했다. 차라리 수화를 설명하는 대사를 들려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개봉 : 1970년 1월 1일 명보극장

감독 : 신상옥

출연 : 최은희, 김진규, 신성일, 김창숙, 최불암, 최남현, 한은진, 김신재, 성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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