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규 감독의 을 보고 나면 한편의 서정시를 읽은 듯 차분한 마음이 든다. 더불어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도성의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 한쪽이 묵직해져 온다. 1949년에 개봉된 은 아마 광복 이후 4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걸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시의 영화들이 대부분 유실되어 비교해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걸작이라는 말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을 관통하는 정서와 비애감을 드러내는 유려한 카메라와 편집 등 내용과 더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1948년에 개봉되었던 최인규의 와 비교해 봤을 때, 그 일취월장한 완성도가 이후 50년대 영화와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도성은 자신의 어머니도 서울아씨(최은희)처럼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인 윤용규가 이..
박영환 감독의 1958년 작품 는 며느리의 설움이라는 악극을 영화화 했다. 이미 1949년에 황정순을 주연으로 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이 두번째 영화화다. 는 한마디로 신파극이다. 이러한 신파 스토리는 50년대의 많은 멜로드라마가 차용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영환 감독의 는 요즘의 시선으로 단순히 신파라고 치부하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비극이 비극을 몰고 오며 주인공을 압박하고 눈물로 지새우는 구조는 똑같다. 하지만 이런 신파를 구원해내고 있는 것은 촬영의 아름다움이다. 50년대 영화라고 하기에는 촬영이 너무 깔금하고 좋았다. 박영환 감독이 촬영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고, 이 영화에서 감독뿐 아니라 촬영까지 직접 해냈다는 것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
시골 농부 봉수는 딸 순이의 결혼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벌써 몇 번째 식을 연기하고 있는 중이다. 아들 영호는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집안의 형편이 걱정이다. 여느때처럼 과부집에서는 노름판이 벌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봉수에게 운이 붙었는지 친구들의 돈을 몽땅 다 따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봉수는 양심의 가책이 생겨 돈을 돌려 주려한다. 그런데 과부의 남편 노릇을 하는 사기꾼 억조가 봉수를 살살 꾀여 그 돈을 자신이 모조리 다 따버린다. 더욱 살기가 힘들어진 봉수는 서울에서 구제품을 떼다 장사를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것도 그만 사기를 당해 돈을 몽땅 날려버리고 만다. 눈앞이 깜깜하고 상심에 빠진 그날 봉수는 억조가 흘린 돈을 줍게 되고, 둘은 티격태격 하다 그만 억조가 죽고 만다. 다시 그 돈은 영호의 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