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에 개봉한 한형모 감독의 는 유쾌한 코미디 소품이라 할 만하다. 항상 남자를 이겨먹는 말괄량이 언니 유안순애(문정숙)의 이야기. 초반부는 말괄량이로서의 안순애의 에피소드가 꽤 설득력도 있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로맨틱 코미디적인 재미라고 할 남녀의 기싸움 같은 것도 재미있고 말이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 후반부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다. 초반부 안순애는 분명 전통적인 여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후반부는 그녀를 전통적인 여인상에 가깝게 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녀는 마지막에 왜 건달과 싸우지 않았을까? 그 장면에서 만큼은 싸우고, 남편에게 잘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한형모 감독은 힘 쓸 때 쓸 줄 모른다며 동생 선희의 대사를 통해 에둘러 타이른다. 결국 문정숙은 집에 침입한 ..
목포의 천달과 부산의 해남은 한때 한 주먹 했지만, 지금은 드센 아내 등쌀에 시달리는 공처가다. 그들은 아내를 피해 서울로 강용형님을 만나러 가는데, 다시 고향에 가서 살라는 말만 듣는다. 강용은 명동에서 폭력을 몰아내고자 했지만, 친일파였던 양덕천 일당이 득세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 천달과 해남은 여기저기서 좌충우돌한다. 결국 악당 양덕천은 북한의 간첩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는 불평분자를 모아 사회불안을 야기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방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 천달과 해남은 힘을 합쳐 양덕천을 물리치고 공산당을 몰아낸 공로를 인정받아 수도청장의 표창장을 받는다. 줄거리라고 부르고 어떻게든지 정리해서 그렇지 그야말로 스토리나 플롯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영화다. 이건 완전히 졸..
최하원 감독의 는 전형적인 반공영화다. 자유가 없는 지옥과 같은 북한과 자유가 넘치는 평화로운 남한이라는 도식적 이분법은 영화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강렬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남파 간첩 신정숙(우연정)은 인간은 당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경찰에 체포된 후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해 신분을 숨기고 병원에서 치료하게 되면서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남한과 북한을 차별화 시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인간성에 대한 접근방식을 들고 나온다.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제해야 되는 환자가 낙담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정숙은 나머지 한쪽 유방으로도 충분히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말..
이만희 감독의 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문정숙이 연기한 비련의 여인도 60년대 당시의 신파적 여인상에서 벗어나 있다. 장동휘가 연기하는 보스 역시 잔혹함 대신 로맨티스트의 외피를 하고 있다. 경상도 사나이 운전수인 이대엽은 여자의 과거를 묻지 않는 무척 쿨한 사나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시의 한국영화들이 여자의 과거와 순결에 매달릴 때 이대엽이 연기한 운전수는 그런 건 시시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만희 감독은 사랑하면 다 필요 없고 그저 사랑만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만희 감독 정말 멋지다니깐. 여타의 갱스터 영화와는 달리 에서는 악의 씨앗을 퍼트린 주체로 등장하는 장동휘는 자신이 만든 죄의 씨앗을 스스로 거둬 들이는 순교를 택하..
김기덕 감독의 를 재미있게 보았다. 이야기를 신파스럽게 끌로 가고 있긴 하지만, 어렵고 가난한 환경속에서, 나름대로 위악을 떨어본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착한 본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좋았다. 더불어 실제 권투선수인 김기수가 무표정속에 캐릭터의 안타까운 심정을 담기 위해 애쓰는 연기도 귀여웠고, 베테랑인 김지미나 전계현의 연기. 김기수를 통해 이루지 못한 동양챔피언의 꿈을 이뤄보려는 늙은 코치역의 박노식도 좋았고, 아역 김천만의 능청스런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착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는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제 좀 냉정해져 보자면, 는 김기덕 감독의 연출력은 실종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최초의 동양미들급 챔피언이었다는 김기수의 스타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객을 끌어모으려는..
이원세 감독의 는 한 엑스트라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밝혀내는 추리적 스타일의 영화다. 기대보다 영화가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도 사회비판적인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어 만족스럽지만, 섬세한 연출의 부족은 많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원세 감독의 능력이라면 좀 더 세부묘사에 완성도를 기울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 한국영화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제작상의 이유라고 해야 할지 어떻든 기술적 마무리의 부족이 많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시체로 발견된 강유진(신영일)의 과거를 추적하는 형사(박근형)의 회고로 시작되는 영화는 그가 왜 한국인 강유진에서 재일교포 히라오카 유지로가 되어야 했는지, 왜 영화속에서 주인공을 대신하여 죽는 엑스트라에서 사기꾼이 되어야 했는지를 역..
음... 그러고 보니 정창화 감독의 이름값에 비해 본 영화가 거의 없다는 걸 새삼 알았다. 홍콩 진출 첫 작품 를 봤으나 조금 실망했었고, 여전히 은 보지 않고 있고, 예전 EBS에서 해주는 영화들 중 몇 장면만 본 것이 전부더라는 것. 그래놓고는 정창화 감독이 과대평가 된 건 아닌가 하는 경망스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것. 일단 죄송합니다. 감독님.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고 하니 작정하고 본 그의 영화 중 한편인 1966년 작품 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60년대라는 시대를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련된 영화라는 생각이다. 재미있는 대중영화를 지향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탄탄한 주제의식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 더욱 정창화 감독의 연출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할 ..
김호선 감독의 는 원래 극장 개봉시에 이라는 제목으로 홍보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시리즈라는 광고문구가 있긴 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자 비디오 출시때는 아예 제목을 로 바꾸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비행청소년이라는 소재를 차용하여 이전의 성공작 의 덕을 좀 보고자 했던 듯 싶은 이 영화는 청소년들의 비행의 원인을 이전작과 동일한 곳에서 다루고 있다. 아버지의 비도덕적 이중생활로 인한 가정불화가 유리(김혜수)의 반항의 원인으로, 아버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어머니의 무관심이 준(민규)의 비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고민없는 아류작의 운명이란 이런 것일까?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주제에 대한 접근이 모두 너무너무 진부하게 보였다. 더군다나 전작이 거칠게나마 부모의 문제에도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