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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선 감독의 <수렁에서 건진 내 딸2>는 원래 극장 개봉시에 <십대의 반항>이라는 제목으로 홍보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시리즈라는 광고문구가 있긴 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자 비디오 출시때는 아예 제목을 <수렁에서 건진 내 딸 2>로 바꾸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비행청소년이라는 소재를 차용하여 이전의 성공작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의 덕을 좀 보고자 했던 듯 싶은 이 영화는 청소년들의 비행의 원인을 이전작과 동일한 곳에서 다루고 있다. 아버지의 비도덕적 이중생활로 인한 가정불화가 유리(김혜수)의 반항의 원인으로, 아버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어머니의 무관심이 준(민규)의 비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고민없는 아류작의 운명이란 이런 것일까?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주제에 대한 접근이 모두 너무너무 진부하게 보였다. 더군다나 전작이 거칠게나마 부모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던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부모의 문제를 소재로만 던져놓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의 비행과 반항이라는 것이 단지 현실을 탈출하고 싶은 아이들의 치기로만 흘러감으로써 영화는 급속도로 힘을 잃어 버렸다. 안그래도 미장센 자체도 밋밋한데, 주제의식까지 옅어지다보니 영화는 총체적 난국속으로 빠져드는 양상. 이 영화를 70년대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를 비롯해 80년대 초반까지 화제작을 만들었던 김호선 감독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듦새가 헐겁게 느껴진다.

 



<수렁에서 건진 내 딸2>는 부모와 사회로부터 외면 받은 채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대한 교조적인 교화 대신 그들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고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모세대와의 화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의 해결방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들의 일탈은 필연적으로 실패로 귀결되는데, 비정한 사회를 강조함으로써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청소년 비행에 대한 부모의 책임은 상당히 희석된다. 오히려 보호자로서의 부모를 거부하는 아이들에 대한 질책만 남아있는 이상한 청소년 영화가 되고 만다. 어쩌면 이 영화는 부모와 자식의 강제된 화해만 강조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말 잘드는 착한 아이만이 옳다는 이데올로기만 남게 된다. 김호선 감독은 마지막 장면이 보여주듯 청소년은 부모의 보호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분명히 이 영화는 이미례 감독의 1편보다 후퇴한 결말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김호선 감독 외에도 또 한명의 대단한 이름이 등장하는데, 바로 한국액션영화의 대부 정창화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고 있다. 당시 나름 1류였을 그들이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토록 퇴행적이었던 모양. 나름 청소년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했겠지만 청소년들의 내면이 아닌 어른 혹은 기성세대의 불안만 가득한 이상한 청소년 영화가 바로 <수렁에서 건진 내 딸2>의 진정한 정체가 되고 말았다. 

 

개봉 : 1986년 7월 5일 대한극장

감독 : 김호선

출연 : 김혜수, 민규, 이희성, 남궁원, 김윤경, 박원숙, 엄도일,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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