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이 전부인 영화이자 실험적인 영화이면서 누벨바그 시절 고다르의 영향 아래 있는 영화인 듯하면서 60년대 모더니즘의 영화. 스즈키 세이준이 감독한 이 영화. 살인의 낙인에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거창한 주제를 찾으려고 하면 낭패다. 소개합니다. 킬러 이름은 하나다. 볼 살 토실토실한 귀여운 시시도 조의 연기. 그의 아내는 색정광. 조직으로부터 이런저런 사건을 의뢰받아 끝내주게 성공. 미사코로부터 의뢰받은 살인. 그 살인 의뢰는 다이아몬드를 빼돌린 사람을 차례로 죽이고 그걸 조사하러 온 외국인을 죽이는 것. 하지만 실패. 이때부터 조직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음. 이어지는 아내의 배신, 미사코의 실종. 넘버 2,4,5를 모두 죽이고, 3은 어디에? 넘버3는 바로 자기 자신. 이제 넘버1의 집요한 살해위..
아내여, 장미처럼 妻よ薔薇のやうに, Wife! Be Like A Rose!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1935년 작품. 나루세 특유의 관조적인 화면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다가온다. 조강지처와 딸을 버려두고 게이샤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이야기. 이렇게 보면 다분히 지지고 볶는 신파조의 막장드라마 구조로 보이는데, 나루세 감독은 주요 인물들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서정적인 화면으로 막장 대신 고급스러움을 만든다. 1935년의 스토리라 지금의 상황에 대비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두 명의 아내를 둔 아버지가 후처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녀가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1966년 작품 . 이 얼마나 대단하게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란 말인가? 그야말로 오락영화 혹은 대중영화의 매력을 집약해 놓았으면서도 감독의 예술적 야심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은 영화다. 사랑의 도피를 하는 여주인공 캐릭터라면 자주 보는 소재지만 와카오 아야코의 강렬한 연기와 함께 라면 느낌이 달라진다. 그야말로 강렬하다. 스토리는 일직선으로 달리기 때문에 그야말로 속도감마저 느껴진다. 뭔가 예술을 의도하지 않고, 오로지 한 팜므파탈의 행동과 생각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의 집단살해마저 흥미롭다. 뭐 하나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는 연출. 멋지다. 종업원 신스케와 도망친 후 게이샤가 되는 오츠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그녀는 보수적이었던 옛 일본이라는 곳에서 ..
물속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공기속을 유영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들다는 물속에서 과연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저항을 견뎌내고 이겨냈을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유쾌한 코미디 는 간단하게 얘기하면 청소년물이라고 할 수 있다. 헐리우드건 충무로건 물건너 일본이건 청춘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영화에는 어쩔수 없이 교훈이라고 불리는 새침떼기같은 것이 주제라는 이름으로 끼여든다. 비록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교훈이라는 것이 과히 나쁜것이라고는 말할수 없으니... 결국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냐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성세대의 눈높이로 바라본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잔소리로 돌변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우리나라의 청소년물이라고 ..
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일본 오타쿠들에겐 꽤 유명한 모양이다. 1973년부터 연재된 만화가 원작이라고 하니 그 역사도 꽤 오래되었고, 또한 풍부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드라마 구성도 꽤나 치밀한가 보다. TV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되어 2005년에 극장판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 만화가라면 우라사와 나오키나 이토 준지정도 알고 있고, 애니메이션쪽이라고 해봐야 미야자키 하야오나 오시이 마모루, 안노 히데야키 정도나 알고 있는 내가 데츠카 오사무의 에 대해 '물론' 알리는 없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 것도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보는 습관 때문이었다. 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에서 느끼는 재미나 오시이 마모루 영화에서 느껴질법한 철학적 포스는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나름..
실험영화 혹은 아방가르드 영화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대화나 미장센에서 의미를 길어올려야 한다. 스토리도 인과에 기대기보다는 즉흥적인 면이 많아서 역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이 영화를 만든 데라야마 슈지 감독은 그런 장르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하니 더욱 생각을 많이 해야 이 영화의 의미를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이었다면 나도 그랬을 것이다. 머리 쥐어 뜯으며 무슨 의미지? 생각해 봤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 보자 했다. 40여분의 러닝 타임의 중편 영화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 버리고 그저 감독이 보여주는 화면만 보자 했다. 그래도. 화면만 본다고 해도, 어디 머리속이 내 맘대로 무조건 편해지지는 않았다. 그..
그동안 소니 치바라는 일본 배우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몇편의 영화를 보고 꽤 멋진 액션배우구나 그러고 있다. 사실 소니 치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을 보면서 인지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본의 액션배우인가 보다 하면서도 스즈키 세이준이나 여타 고전시대의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을 제외하면 일본의 B급 활극영화나 사무라이 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보니 주로 소니 치바가 출연했던 영화들은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던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니 치바가 주연한 일본의 활극액션영화를 몇 편 보다 보니 이 장르가 단순히 B급으로 치부해 무시하기 보다는 아시아의 액션영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라이 영화에서 일본색을 배제한 채 액션 시퀀스만 본다던지, 이번에 감상한 의 내러티..
이와이 슈운지 감독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얀 눈속에 묻혀있는 러브레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그리고 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한장씩 읽어본다.. 그 읽는다는 것은 결국 진실을 향한 여행이다.묻혀 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진정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남자친구인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한다.중학교 시절 졸업앨범에서 알아낸 주소로 편지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답장이 온다.답장을 보낸 사람은 남자 후지이 이츠키와 동명이인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였다.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졌던 사내아이에 대한 회상을 한다.그런데 그와의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을 더듬을수록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자신을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