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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공기속을 유영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들다는 물속에서 과연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저항을 견뎌내고 이겨냈을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유쾌한 코미디 <워터 보이즈>는 간단하게 얘기하면 청소년물이라고 할 수 있다. 헐리우드건 충무로건 물건너 일본이건 청춘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영화에는 어쩔수 없이 교훈이라고 불리는 새침떼기같은 것이 주제라는 이름으로 끼여든다. 비록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교훈이라는 것이 과히 나쁜것이라고는 말할수 없으니... 결국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냐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성세대의 눈높이로 바라본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잔소리로 돌변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우리나라의 청소년물이라고 불리는 영화에서 자주 접해왔다. 너무 노골적이라 그건 거부감의 대상이 되어 영화본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재미없는 영화로 그치고 마는 경향이 있어왔다. 그래서 결국 감독이 그 주제를 얼마나 잘 포용해내는냐가 청소년물의 고전으로 남느냐 쓰레기로 돌변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워터 보이즈>는 그 부분을 꽤나 잘 극복해낸 청소년물이라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청소년영화의 공식처럼 느껴지는 부분을 그대로 재현한다. 연출도 그다지 뛰어난 부분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또한 웃음이라는 코드역시 슬랩스틱에 기대는 부분이 많아 예술적 성취역시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이 영화를 평범하고 지루한 청소년물이 아니라 적어도 나에겐 재미있는 청소년물로 느껴지게 만들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워터 보이즈>의 가장 큰 장점은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 뭔가 깨끗해 지는 느낌마저 느낄 정도로 상쾌하다. <워터 보이즈> 한마디로 청소년들이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겨내는지를 말하는 영화다. 전형적인 내러티브 구조이며 영화 내내 여기서 벗어나겠다는 욕심없이 오히려 전통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충실히 재현한다. 등장인물 역시 평범한 이웃집 고등학생일 뿐 어떤 특정한 성격유형을 창조해내지도 않는다. 단지 그들앞엔 불가능해 보이는 숙제만이 주어질 뿐이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다섯명의 주인공이 어떻게 그 숙제를 해결해내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뿐이다. 영화의 재미를 위한 어떤 의도적인 갈등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협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것을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대사를 통해 강박증적인 교훈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일상적인 언어를 통해 대화할 뿐이다. 강요된 권위를 거부함으로써 <워터 보이즈>는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서로 노력과 협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주제를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런 부분들이 어쩌면 나에게 가장 큰 재미로 다가온 것 같다. 70년대 임예진과 이덕화가 콤비로 등장하는 영화들, 얄개시리즈들, 그리고 80년대의 얄숙이 시리즈등 청소년물들을 보며 커왔고 그 영화들을 아직도 추억속에서 즐기는 내게 지나친 교훈의 강조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내용들을 마치 강박관념에 쌓인 앵무새가 지껄여대는 것 같았던 우리 청소년물들에 대한 아쉬움을 떠올렸기 때문일까? 

물속에서 경망스럽게 손발을 흔들고 있다해도... 물밖의 얼굴은 웃고 있다해도... 경망스럽게 흔드는 손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워터 보이즈>는 꽤 재미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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