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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슈운지 감독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얀 눈속에 묻혀있는 러브레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그리고 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한장씩 읽어본다.. 그 읽는다는 것은 결국 진실을 향한 여행이다.
묻혀 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진정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남자친구인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한다.
중학교 시절 졸업앨범에서 알아낸 주소로 편지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답장이 온다.
답장을 보낸 사람은 남자 후지이 이츠키와 동명이인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였다.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졌던 사내아이에 대한 회상을 한다.
그런데 그와의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을 더듬을수록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자신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또한 와타나베 히로코는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자신과 닮았던 과거의 사랑 즉 여자 후지이 이츠키와 닮았기 때문에 자신의 남자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결국 와타나베 히로코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떠나보내기 위한 예식을 치르고,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사랑을 발견한 기쁨을 만끽한다.
이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제안하는 영화이다.
사람들에게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답지 않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진실은 애써 찾아보려 해야지만 찾을 수 있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버리는 것은 현재를 살아갈수 있는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다. 그럼 겨울의 양면같은 히로코와 이츠키가 과거를 통해 받아들여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사랑했던 남자들을 동시에 떠나보냈다. 하나는 아버지이며 또 한사람은 남자 후지이 이츠키이다. 그래서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아버지는 남자 후지이 이츠키와 동일한 이름이 된다. 중학교 시절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강박관념이 되어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녀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떠나면서 맡겼던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녀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기억이며 그녀가 극복해내야 할 과거 즉 진실을 찾아내는 열쇠가 된다. 결국 그녀자신도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현재에 다시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는 날 심었다는 나무를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잊혀졌던 나무는 그녀 자신이며 그녀는 그 나무로 인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와타나베 히로코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다. 자신이 사랑했던 후지이 이츠키가 비록 자신을 대리물로서 만나왔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잃어버린 시간속의 진실은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있게해준다. 과거는 기억속에 묻혀있는 것이지만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그동안 받았던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편지를 돌려줌으로써 과거를 극복해낸다. 과거를 떠나보내는 예식은 상당히 중요하게 처리된다. 히로코는 눈속에서 외쳐댄다.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이것은 과거를 떠나보내는 눈물나는 행위이며,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몸부림이다. 잘지내시죠?(과거에게)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현실) 이것은 앞으로도 잘 지내겠다는 다짐이며 결코 과거도 잃어버린 시간속에만 남겨두지 않겠다는 외침이다.
결국 이와이 슈운지감독은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지나고 보면 잔잔한 추억이 되는 과거. 그 과거 속에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진실이 남아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결국 와타나베 히로코와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같은 사람의 다른 이름이다. 그들이 한번도 만나지 않는 것은 결국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거울속의 자신과는 만날수 없듯이… 중학교 시절 자신이 애써 무시했던 감정 즉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사랑했던 모습이 현실에 나타난 것이 와타나베 히로코이며 또한 히로코가 보낸 러브레터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자기 자신에게 보낸 SOS 였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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