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느티나무. 제목 참 좋다. 이 제목을 처음 들어봤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처음 들었을때가 아마 김혜수가 막 스타덤에 오를 즈음 출연했던 TV 문학관 아니면 베스트셀러극장에서 방송했던 였고, 한참 김혜수에 대한 팬질을 하고 있던 시절이라. 아마도 보긴 했을 듯. 그런데 장면장면이 기억이 안 난다. 그랬다는 거지. 좋아라 하는 제목의 를 봤다. 이번엔 문희가 주인공이다. 이미 원작소설이 아주 유명하지만 역시나 읽어보진 않았기 때문에, 영화로만 생각해본다면 담담한 이야기더라는 것. 품고 있는 내용은 활화산이 되기에 충분한데, 영화는 소소하게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성구 감독은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깨끗하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말 영화는 깔끔했다. 문희와 신성일의 감정도 클라이막스 대신 절제를 택하고 있고..
박남수 감독의 는 그냥 한마디로 실망스런 작품이다. 2대 트로이카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었던 장미희 주연에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윤일봉, 김추련이 나오고 더군다나 신인시절의 안성기까지 출연하지만 부실한 시나리오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개봉관에서 당시에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니... 관객들이 순진했던 건지, 장미희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아리송... 무엇보다 주인공의 방황에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감독은 무엇보다 승아의 방황에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는데, 디테일이 너무 부족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남자들 주머니를 털거나, 대입에 실패한 후 방황하다 진태에게..
1961년에 개봉한 한형모 감독의 는 유쾌한 코미디 소품이라 할 만하다. 항상 남자를 이겨먹는 말괄량이 언니 유안순애(문정숙)의 이야기. 초반부는 말괄량이로서의 안순애의 에피소드가 꽤 설득력도 있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로맨틱 코미디적인 재미라고 할 남녀의 기싸움 같은 것도 재미있고 말이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 후반부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다. 초반부 안순애는 분명 전통적인 여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후반부는 그녀를 전통적인 여인상에 가깝게 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녀는 마지막에 왜 건달과 싸우지 않았을까? 그 장면에서 만큼은 싸우고, 남편에게 잘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한형모 감독은 힘 쓸 때 쓸 줄 모른다며 동생 선희의 대사를 통해 에둘러 타이른다. 결국 문정숙은 집에 침입한 ..
김달중 감독의 는 실패한 기획의 대표적 사례가 될 만하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영화는 감동이라는 코드가 있기 때문에 디테일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관객들의 마음에 감동을 심어주기에 유리하다. 나 역시 전체적인 맥락은 뒤로 제쳐두고 마지막 마라톤 장면에서는 뭉클해지기도 했다.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다룰 때의 공식 그대로의 연출이라 하더라도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인물을 보며 어떻게 뭉클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역시 뭉클이 감동의 여운은 되지 못했다. 영화 속에 딱 시추에이션만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또한 연출이 실종된 영화의 한계이기도 할테고 말이다. , , 등 요 몇 년 흥행에 성공한 스포츠 영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주인공과 주요 인물의 갈등의 요인이..
1980년에 개봉된 박남수 감독의 에는 정윤희가 무척 예쁘게 나온다. 비오는 날 베이지색 레인코트를 입고 명동일거라 추측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의상실 진열장에 전시된 붉은색 레인코드를 바라보면서 윙크하는 모습은 닭살스럽기는 하지만, 그녀의 미모를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더 할 나위 없는 인형 그 자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프닝 시퀀스의 몇 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지리멸렬한 영상을 견뎌야만 하기 때문이다.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수지는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방이 바뀌면서 혁민을 알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후 혁민이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교수의 남편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수지는 조류학자인 ..
감독 김지훈보다 제작자 윤제균의 이름이 더 많이 부각된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의 블로버스터가 될 뻔했던 . 어쨌거나 감독이든 제작자든 얼굴에 똥칠한 것은 분명한 듯 하다. 그들의 목적. 과연 무엇일까? 재미로 꽉 채운 일류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내놓고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함과 동시에 돈도 벌어보겠다는 야심? 그 야심 한번 크구나. 그렇다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내놓아야 할터. 그러나 윤제균 제작, 김지훈 감독의 는 큰 야심에 맞는 큰 야망을 품는 대신 꼼수를 품어버리고 말았다. 불량식품으로 관객의 혀를 녹아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그 꼼수. 그러므로 는 일류를 꿈꾸며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삼류를 목표로 일류의 흥행기록을 꿈꾼, 그야말로 꿈(?)의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는 무엇보다도 선배 괴수영화나..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나름 파격(?)적인 내용의 영화 를 보면서 언뜻 스탠리 큐브릭의 를 떠올리긴 했지만, 언감생심 그 영화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영화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그랬다. 무엇보다도 친구의 딸인 남은(이하나)이 형만(안성기)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계기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남은의 심리상태가 뭘까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영화에 몰입을 하는데 방해가 되다 보니 영화가 전체적으로 처져 보인다. 더군다나 형만의 성격까지 소심한 노총각으로 설정하다 보니 영화가 더욱 힘이 빠져버린 듯 했다. 영화는 사랑의 표현에 적극적인 신세대 남은과 자기 세계에 안주하며 표현에 소극적인 형만의 대비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것 같은데 4차원으로 ..
미몽으로 데뷔했던 양주남 감독이 1957년에 만든 신파멜로드라마 을 보면서 60년대 후반의 메가 히트작 이 많이 생각났다. 아들을 아버지에게 보내려는 여자,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편의 아이, 그로 인해 외도를 알게 되는 부인의 갈등을 다루는 내용은 고무신 관객으로 통칭되었던 당시의 주부관객들이 가장 확실하게 반응하는 캐릭터들이었을까? 이런 소재는 80년대까지도 지속적으로 변형되며 만들어 진걸 보면 확실히 고정 관객층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은 의 내용에 인물들의 감정의 증폭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리메이크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 화면이 좋았다. 부드러운 톤의 흑백 영상에 드러나는 당대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편집자 출신의 양주남 감독답게 화면의 전환이 그 당시의 영화에 비해 부드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