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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개봉된 박남수 감독의 <우요일>에는 정윤희가 무척 예쁘게 나온다. 비오는 날 베이지색 레인코트를 입고 명동일거라 추측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의상실 진열장에 전시된 붉은색 레인코드를 바라보면서 윙크하는 모습은 닭살스럽기는 하지만, 그녀의 미모를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더 할 나위 없는 인형 그 자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프닝 시퀀스의 몇 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지리멸렬한 영상을 견뎌야만 하기 때문이다.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수지는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방이 바뀌면서 혁민을 알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후 혁민이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교수의 남편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수지는 조류학자인 혁민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 주위를 맴돈다. 남자친구인 수영선수 덕신과의 헤어짐도 불사한다. 은사의 가정이 파탄 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덕신이 교통사고로 죽고, 집에서 쫓겨난 혁민이 자신의 것이 될 찰나에 수지는 다시 혁민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한다.

 

조해일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아마 소설이 이 영화처럼 난삽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각색이 엉망이라는 말인데, 각색자 탓할 것 없이 박남수 감독의 연출도 도찐개찐이더라는, 무엇보다 쓸데없는 쇼트가 너무 많다. 기억나는 대로 안성기가 정윤희를 태우고 바닷가 백사장을 달리는 장면을 지나치게 길게 보여주는데, 보는 동안 편집을 하란 말이야. 편집을이라며 TV에 대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는 그 외에도 을숙도 장면에서 정윤희가 뜬금없이 속옷 차림으로 얌전한 듯 아닌 듯, 꿈쩍도 않는 혁민앞에서 몸을 비비 꼬는 것도 그렇거니와, 인물들간의 감정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뚝뚝 끊어지다 보니 모두들 홧김에 일 저지르는 그런 모양새인데다, 우연성의 남발도 문제더라는...


<우요일>. 제목은 참 시적인데, 영화는 참 시시하더라는...


개봉 : 1980년 4월 17일 단성사

감독 : 박남수

출연 : 정윤희, 윤일봉, 전양자, 안성기, 김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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