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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감독의 <페이스 메이커>는 실패한 기획의 대표적 사례가 될 만하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영화는 감동이라는 코드가 있기 때문에 디테일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관객들의 마음에 감동을 심어주기에 유리하다. 나 역시 전체적인 맥락은 뒤로 제쳐두고 마지막 마라톤 장면에서는 뭉클해지기도 했다.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다룰 때의 공식 그대로의 연출이라 하더라도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인물을 보며 어떻게 뭉클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역시 뭉클이 감동의 여운은 되지 못했다. 영화 속에 딱 시추에이션만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또한 연출이 실종된 영화의 한계이기도 할테고 말이다.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말아톤> 등 요 몇 년 흥행에 성공한 스포츠 영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주인공과 주요 인물의 갈등의 요인이 명확하면서도 힘든 훈련의 과정과 극복이 인간승리로 이어지는 강한 드라마가 존재하면서 최대한 영화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클라이막스의 감동의 크기를 확장해 여운을 지속시킨다.

 

하지만 이런 흥행작들을 벤치마킹하여 기획되었을 <페이스 메이커>는 소재로 삼은 형제애를 70년대적 누나의 희생스토리에서 가져오면서 낡았다는 인상을 풍기는 데다, 드라마틱 또한 헐거운 편이라 재미와 감동을 모두 놓치고 말지 않았나 싶다. 김명민의 메소드 연기도 노력은 분명 인정할만했지만 영화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렸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페이스 메이커>는 이래 저래 밍숭밍숭한 영화가 되어버린 셈인데, 몰개성의 연출보다는 안일한 기획의 실패가 더욱 두드러지는 영화였다는 생각이다.


개봉 : 2012년 1월 18일

감독 : 김달중

출연 : 김명민, 안성기, 고아라, 조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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