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감독 김지훈보다 제작자 윤제균의 이름이 더 많이 부각된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의 블로버스터가 될 뻔했던 <7광구>. 어쨌거나 감독이든 제작자든 얼굴에 똥칠한 것은 분명한 듯 하다. 그들의 목적. 과연 무엇일까? 재미로 꽉 채운 일류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내놓고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함과 동시에 돈도 벌어보겠다는 야심? 그 야심 한번 크구나. 그렇다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내놓아야 할터. 그러나 윤제균 제작, 김지훈 감독의 <7광구>는 큰 야심에 맞는 큰 야망을 품는 대신 꼼수를 품어버리고 말았다. 불량식품으로 관객의 혀를 녹아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그 꼼수. 그러므로 <7광구>는 일류를 꿈꾸며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삼류를 목표로 일류의 흥행기록을 꿈꾼, 그야말로 꿈(?)의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7광구>는 무엇보다도 선배 괴수영화나 스릴러 영화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하면서 새로운 한국적 괴수영화를 시도해보고자 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건 크리처의 모양새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스토리다. 그건 기본이다. 그런데 <7광구>는 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스토리가 실종되어 버렸다. 7광구의 괴물은 사람은 먹지 않는 듯 보이던데, 그 이유가 스토리를 먹어치우기 때문인가 할 정도로 내러티브가 형편없다.
더군다나 감정을 이입할 만한 인물들이 없다. 그동안 같은 장르의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했던 인물들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인물들만 골라 7광구에 모아 놓은것 같다. 하지원의 분노, 안성기와 차혜련의 비밀등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 영화 시작 30분이 넘도록 그저 걸어다니고 뛰어다니며 화내고 싸우고 농담할 뿐이다. 사건을 앞으로 진행시킬 동기는 너무 늦게 나타나고, 그마저도 영화에 몰입하기에는 너무 형편없다. 그러다 짠 하고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인다. 왜 죽이는 지도 모른다. 그저 안성기와 차예련의 실험 때문에 괴로웠던 거니? 일단 괴물도 동기가 약하기는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긴장감도 없어진다. 더군다나 가슴 아픈 죽음이 연이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냥 가슴엔 비통함이 아니라 갑갑함만 들어앉을 뿐이다. 마지막 하지원의 오토바이 액션도 폭발의 순간에는 한참 못 미치니... 나중에 구출된 하지원의 지친 얼굴에서 느끼는 건 “이제야 영화가 끝나는구나. 아~~ 다행이다” 이렇게 된다. 안타까운 죽음,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빚어진 비극. 이런거 전혀 기억이 안난다. 그러다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막. 일본과의 7광구 개발에 얽힌 이야기는 영화와는 하등 상관이 없어 보이더만. 거의 마지막 발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거의 심형래의 <디워>에 나오던 아리랑을 연상시키는, 감독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포기해 버린 최저질의 연출이었다고 본다.
<7광구>는 일류 괴수영화들을 참고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은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하는 헐리우드의 B급 괴수영화 정도의 퀄리티를 벤치마킹하기로 한 것 같다. 아마 이걸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명목으로 합리화시켰을 듯. 관객은 대충 만들어도 때려 부수고 정신없이 뛰어만 다녀도 흥분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라는 자만심(그럼 열심히 뛰고 때려부수기라도 하든지). 아마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한국 최고의 감독중의 하나라고 할 봉준호의 재능을 뛰어넘어 스스로 최고라 착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오판이 <7광구>를 이 지경까지 몰아간 것은 아닌가 하고 짐작해 본다.
개봉 : 2011년 8월 4일
감독 : 김지훈
출연 :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이한위,박철민, 송새벽, 차예련
'한국영화 > 201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비딕 - 권력집단의 여론조작을 추적하다 (0) | 2018.09.30 |
---|---|
블라인드 - 김하늘과 유승호의 볼만한 스릴러 (0) | 2018.09.30 |
그랑프리 - 김태희의 노력도 소용이 없는 밋밋한 영화 (0) | 2018.09.30 |
죽이러 갑니다 - 저예산의 아쉬움이 있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0) | 2018.09.30 |
심장이 뛴다 - 김윤진과 박해일의 심장을 둘러싼 모험 (0) | 2018.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