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부기 새벽에 날다 김수형 감독의 는 추리작가 김성종의 소설 을 영화화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존의 김수형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스토리와 플롯도 좋았다. 어느날 아침 기차역에서 자살한 창녀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작품이지만 추리나 서스펜스보다는 드라마에 좀 더 기대는 모양새다. 영화의 주인공인 최형사 역시 피난길에 여동생과 헤어진 경험이 있고 지금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는 죽은 창녀가 자신의 여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사건에 접근한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죽은 창녀의 비극이 가슴을 후벼판다. 결국 그녀는 헤어진 오빠가 손님으로 찾아와 밤새 오빠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후 자살한 것으로 밝혀진다. 한국의 비극이라 할 6.25전쟁의 피난길에 헤어진 남매의 비극이라는..
철새들의 축제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 활발하게 영화를 연출한 이원세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사에 걸작으로 칭송될 만한 작품은 드물지만, 완성도 있는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 , 등은 좋아라 하는 작품이다. 시리즈는 전국민을 울음바다로 만든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작품의 편차가 극과 극을 오간다고 말할수도 있을 것 같은데, 1973년 작품 나 1978년 작품 같은 영화들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는 영화가 시작되면서 초반 10분정도 까지, 그러니까 여주인공 승희가 아이를 미국에 보내고 기지촌으로 들어오는 장면까지의 연출은 이원세 감독의 장기가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할 만큼 편집의 리듬이 좋아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도입부 시퀀스 이후 영화가 후..
타인의 방김문옥 감독의 은 1980년 1월 1일 신정특선영화로 개봉되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꽤 기대작이었던가 보다. 하지만 이런 기대작의 영화적 완성도는 솔직히 처참할 지경이다. 김문옥 감독은 죄송하지만. 내 기준에서. 몇 작품을 본 결과로. 한국에서 가장 영화를 못 만드는 감독중의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만하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인 부터 김문옥 감독은 영화의 기본이 제대로 안되어 있었구나 싶었다.(일개 영화팬의 의견일뿐이다.) 물론 당시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상황이나 한국영화계의 한계가 있었다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부실하게 만들지는 않을 터. 그러므로 김문옥 감독은 총체적으로 재능이 없는 감독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최인호의 원작이 이렇게 허접할리는 없으니 결국 이것도 감독탓이리라...
여고생 이화는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자세하게 묘사된 편지를 매번 받지만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결국 그 남자는 앞집에 살고 있는 요섭으로 밝혀진다. 연약해 보이는 요섭과 데이트를 하는 이화는 그의 성적인 욕망을 거칠게 거절한다. 요섭의 자살은 이화에게 충격을 남긴다. 대학 2학년이 되어 이화는 대학신문기자 우석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석기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석기는 군대에서 사고로 죽고 만다. 대학4학년이 된 이화는 고교은사인 허민을 만난다. 이제 그녀는 허민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육체를 던진다. 그러면서 모든 구속을 거절한다. 김호선 감독의 는 74년 이 세웠던 흥행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우며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영화가 된다. 이 기록은 무려 13여년이 지나서 로..
박남수 감독의 는 그냥 한마디로 실망스런 작품이다. 2대 트로이카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었던 장미희 주연에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윤일봉, 김추련이 나오고 더군다나 신인시절의 안성기까지 출연하지만 부실한 시나리오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개봉관에서 당시에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니... 관객들이 순진했던 건지, 장미희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아리송... 무엇보다 주인공의 방황에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감독은 무엇보다 승아의 방황에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는데, 디테일이 너무 부족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남자들 주머니를 털거나, 대입에 실패한 후 방황하다 진태에게..
정화는 호텔회장의 손녀다. 연극연습 때문에 진하게 화장을 했다가 호텔 유리창 청소부 문오에게 콜걸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정화는 청소부지만 당당한 문오가 마음에 들고, 문오 역시 콜걸이기엔 뭔가 고급진 분위기가 있는 정화가 마음에 든다. 정화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문오와 데이트를 즐기며 이런저런 소소하고 재미난 사건들을 만들며 정이 든다. 문오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서울로 유학 왔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부잣집 여자와 결혼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친구의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고 그만둔다. 그리고 정화도 콜걸이 아니라 호텔 회장의 손녀라는 것을 알고 자책한다. 정화는 문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문오는 그 사랑을 거절한다. 조문진 감독의 을 보고 의외로 제대로 된 물건을 건진..
정인엽 감독의 는 어떻게 보면 70년대 후반 한국영화의 자양분을 귀신같이 흡수한 영화처럼 보였다. 걸작이라는 것이 아니라 약삭빠르다고 해야 할까? 70년대 후반기 호스테스 영화 붐에 제대로 올라탔다는 것. 70년대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들의 굴곡진 인생역정을 가장 대중적인 문법이라고 할 여러 남자 거치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 더군다나 일방적으로 그 피해를 남자들의 기득권이나 잘못된 사회의 시스템에서 찾는 노력을 포기함으로써 검열을 피해가고 있는 것 등. 이 영화는 당시의 가장 대중적인 화법을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았다. 는 흥행에서 크게 성공했다. 물론 그 일등공신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정윤희라고 해야 한다. 이 영화는 감독의 영화라기보다는 정윤희의 영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 에서 정윤희는 그 어떤..
이강윤 감독의 를 보았다. 과 의 속편격인데 이야기가 정확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에서 쌍둥이를 낳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에서는 결혼하기 전 함이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에서 영철을 연기했던 하재영이 병태를 연기하고 있다. 를 찍은 후 작고한 하길종 감독 대신 이강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확실히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는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에 뛰어든 병태와 영자의 모습을 통해 당시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던 시절의 젊은이들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생생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결혼을 했지만 백수인 병태의 모습은 요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영자가 병태가 취직됨과 동시에 요즘은 꿈의 직장이라 할만한 은행을 그만두는 모습은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