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화는 호텔회장의 손녀다. 연극연습 때문에 진하게 화장을 했다가 호텔 유리창 청소부 문오에게 콜걸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정화는 청소부지만 당당한 문오가 마음에 들고, 문오 역시 콜걸이기엔 뭔가 고급진 분위기가 있는 정화가 마음에 든다. 정화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문오와 데이트를 즐기며 이런저런 소소하고 재미난 사건들을 만들며 정이 든다. 문오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서울로 유학 왔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부잣집 여자와 결혼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친구의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고 그만둔다. 그리고 정화도 콜걸이 아니라 호텔 회장의 손녀라는 것을 알고 자책한다. 정화는 문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문오는 그 사랑을 거절한다.

 

조문진 감독의 <빗속의 연인들>을 보고 의외로 제대로 된 물건을 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장센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고, 조명을 활용한 촬영도 아주 좋았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연출도 물론 좋았다. 70년대 중반 대충 만든 영화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 편인데, 조문진 감독의 영화는 좀 달라 보였다. 어쨌거나 70년대 물질만능으로 치닫는 세태에서 쉽게 돈 벌려고 하지 말고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문오와 정화가 그냥 헤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이 헤어져야 할 이유를 제대로 제시해주지 않아 더 아쉽게 느껴진다. 그런 헤어짐이 성숙은 아닐진데, 이 영화에서는 그걸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한다.

 

문오가 정화와 결혼하는 남자 신데렐라 스토리는 부정한다. 신데렐라는 여자일 뿐, 남자 신데렐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곤조(?)가 느껴지기도 한다. 남자는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일 테다. 땅 팔고 시골에서 올라와 막노동을 하며 돈을 모아 조그마한 방 한 칸 얻을 수 있는 돈을 모았다는 문오의 캐릭터는 당시 가장 이상적인 젊은이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김추련의 연기도 그의 다른 출연작들과 비교해도 아주 자연스러워 좋았다. 이 영화로 최민희가 신인으로서 이례적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탔다


개봉 : 1976년 10월 23일 중앙극장

감독 : 조문진

출연 : 김추련, 최민희, 태현실, 이향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