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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부기 새벽에 날다



김수형 감독의 <뜸부기 새벽에 날다>는 추리작가 김성종의 소설 <어느 창녀의 죽음>을 영화화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존의 김수형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스토리와 플롯도 좋았다. 어느날 아침 기차역에서 자살한 창녀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작품이지만 추리나 서스펜스보다는 드라마에 좀 더 기대는 모양새다.


영화의 주인공인 최형사 역시 피난길에 여동생과 헤어진 경험이 있고 지금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는 죽은 창녀가 자신의 여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사건에 접근한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죽은 창녀의 비극이 가슴을 후벼판다. 결국 그녀는 헤어진 오빠가 손님으로 찾아와 밤새 오빠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후 자살한 것으로 밝혀진다.


한국의 비극이라 할 6.25전쟁의 피난길에 헤어진 남매의 비극이라는 배경을 중심으로 이산가족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이 영화는 1983KBS방송국에서 시작된 이산가족찾기의 열풍을 보며 기획되지 않았을까? 당시 한국영화에 비해서 이야기의 흐름도 좋고 마지막 장면에서 오형사가 우리 모두의 누이이자 우리 모두가 죽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어떤 사회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도 읽혀진다. 하지만 연출적으로는 크게 임팩트있는 부분이 없어 아쉽다. 그래서 더욱 원작소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느낌을 든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마지막 시퀀스쯤에서 창녀 춘희를 연기한 원미경이 너무 쉽게 창녀촌을 빠져 나와 기차역으로 온다던가? 밤거리를 헤매는 장면은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이미 이전 장면들에서 이중 삼중의 감시때문에 미처 골목길도 빠져 나가지 못하는 다른 창녀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더욱 오류처럼 느껴지더라는. 게다가 시대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의상과 분장 등 디테일한 면도 아쉽다. 김수형 감독이 조금만 더 촘촘하게 연출했다면 이 영화는 더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개봉 : 198498일 푸른극장

감독 : 김수형

출연 : 원미경, 최윤석, 김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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