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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가정부 - 1970년대 여대생은 슈퍼우먼?



가정주부인 현심은 살림에 관심이 없다. 가정부를 들이려고 하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그러던 중 선희라는 아가씨가 가정부로 들어와 콩가루 같았던 집안은 조금씩 질서가 잡혀간다. 알고보니 그녀는 논문을 쓰고 있는 여대생 이었던 것. 선희는 헌신적으로 일하며 현심의 가정을 올바른 모범 가정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그들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느날 현심의 계가 깨어지자 남편의 공금으로 메꾸는 일이 발생한다. 선희는 위기에 봉착한 현심의 가정을 위해 평생 모은 적금을 내 놓는다. 한달 후 선희가 떠나는 날. 알고 보니 선희는 현심의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 딸이었다.

 

박윤교 감독이 만든 <여대생 가정부>는 청춘영화의 외피를 두른 전형적인 유신시대의 계몽영화다. 이 영화에서 1974년의 대학생 혹은 젊은이에게 요구되는 것은 국가를 부강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그려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디서든 모범,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모범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국가가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를 비판 없이 수용하여 내면화하는 강요이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를 만들지 못하고 그저 잔소리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야말로 슈퍼우먼이라 할 선희를 보라. 회사 회장의 딸이면서도 독립심이 강해 가정부 일도 척척이다. 물론 자신의 졸업 논문을 완성한다는 동기가 주어진 한달 짜리 노동을 견딘다고는 하나. 지독한 콩가루 집안을 올바른 모범 가정으로 이끈다는 설정. 특히 올바른 가정으로 돌려 놓는 계기가 선희가 평생 모아온 적금을 조건 없이 내놓는 걸 보다보면 지나치다는 느낌도 든다. 솔직히 돈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은 오히려 선희가 아닌가 말이지. 이런식으로 강요된 계몽의 주체가 되는 모습에서 공감은 먼 나라의 일일 뿐이다.


개봉 : 19741127일 피카디리 극장

감독 : 박윤교

출연 : 박지영, 허장강, 도금봉, 김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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