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는 사람이 산산조각나는 충격적인 오프닝과 그로 인한 긴장감을 제외하면 별로 건질것이 없는 영화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라는 것도 영화가 진행될 수록 풀어지면서 영화가 끝날 때쯤엔 모든 상황이 예측한 대로 흘렀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큐브는 우리나라에서 과대평가받은 대표적인 작품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시 비디오를 보지 못했기에 옛 기억에 의지해야 하고 더군다나 작품이 인상적이지 않아 이젠 희미해져버린 기억을 붙잡아 글을 쓰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다. 큐브가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저예산으로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먼저 큐브처럼 소수의 등장인물들이 고립된 혹은 한정..
아프리카에 있는 차드에서 만들어진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다라트는 차드의 현대사가 농축되어 있는 영화다.그 외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의 자본이 결합되어 있는 다국적 작품이리도 하다. 민족상잔의 비극이라고 할 수있는 내전은 아프리카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휴전을 향한 발걸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용서와 화해그리고 복수라는 화두를 무겁지 않게 묘사한 이 영화는 남북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물음을던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영화의 시작은 40년간의 내전이 종료되고 당시에 저질러진 범죄에 대한 6개월 동안의 재판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내전으로 피해를 본 많은 사람들, 특히 내전에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킴 역시 그 결과에 많은 관심을가지고 있다. 하지만 ..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의 재미있는 호러영화 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 영화가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건에 개입하게 만드는 입양된 딸, 딸을 찾아 폐허가 된 마을 '사일런트 힐'로 들어가는 엄마, 엄마를 돕는 여자 경찰, 마을 광신도들을 이끄는 여자목사는 사건의 시작과 결말을 모두 아우른다. 마녀사냥이라는 중세적 억압을 여전히 수행하는 여목사는 당시의 질서를 만들어낸 남성들의 원초적 폭력의 충실한 이행자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그녀는 제거되어야 하고, 사건은 엄마와 여경찰에 의해 해결되어간다. 남편의 부재가 심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 이 폭력의 연쇄고리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남편/남성은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사일런트 힐은 지옥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그곳에서 빠져나온 엄마 로즈..
영화에서 라일라의 심리는 중요하다. 그녀는 남자라는 속성에 대해 환멸적이다.그래서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지 못하고, 그저 정사에 탐닉한다. 표피적이고 즉각적인 오르가즘이라는 실제만 믿는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할 정도로 그녀는 스스로의 쾌락에 능동적이다. 하지만 라일라는 데이빗을 만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정한다.반면 그에 따르는 구속을 그녀는 견디기 힘들어한다. 데이빗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녀는 그걸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여기서부터 조금씩 시들시들해지고 만다. 라일라와 데이빗의 싱싱한 젊음의 나신과 정사에의 집착은 한시절의 방황에 불과하다는 것일까? 감독은 라일라 부모의 황혼이혼, 데이빗 아버지의 쇠락한 나신을 보여주..
하트비트를 보기 전에는 칸느영화제에서 각광받았다는 자비에 돌란이라는 89년생 감독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약관의 나이에 만들고 깐느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다는 데뷔작 부터 두 번째 작품 까지 20살짜리가 만들면 얼마나 잘 만들었겠나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다.그.런.데.이번에 를 보면서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음악계에 약관의 실력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상기해 보면서 영화계에는 없으라는 법도 없지 하면서... 국내에도, 비교하기가 민망하긴 해도 최야성이라는 선배가 있지 않는가 말이지. 비록 영화의 완성도면에서는 죽만 쑤다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말이다.하.지.만.자비에 돌란은 재능으로 똘똘 뭉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치기어린 도전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가 두 번째 영화인 에서 보여준 영상들은 20살..
포스터가 호기심을 자극해 보게 된 은 인상적인 한 장면이 아니라 영화 전체가 강렬하게 다가 왔다. 2시간 내내 강렬했던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두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동일한 사건일 수 있는' 장면 2개다. 그 두 장면은 이렇다. 1.왜? 아버지는 자신의 딸과 아들을 총으로 쏘아 죽이려고 했는가?2.왜? 원주민 소년은 갑자기 자살한 것일까? 영화의 시작은 숨막힐 듯한 도시의 일상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곳에서 소녀와 소년(딸과 아들)은 도시가 요구하고 강요하는 규칙에 자신들을 길들이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주로 교실 혹은 실내 공간을 점유하는 소녀의 얼굴은 매우 지쳐 보인다. 그녀가 육체노동을 하는 장면은 없다. 그저 의자에 앉아있을 뿐이다. 단지 사람답게 살기..
여름방학이었다, 부산 대한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큰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시원한 파도를 보면서 잠시 넋을 잃었다. 극장 티켓을 끊은 시간대는 이미 영화가 시작된 후였기 때문에, 어둠에 눈이 익숙해 질 때까지 나를 집어 삼킬 듯 몰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은 아주 강렬해서 지금도 생생하다. 이고르 오진스 감독의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의 첫 기억이다. 어린 마음에 영화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되었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젊은 시절 철인경기에서 2위를 한 후, 평생 패배감에 살고 있는 아버지 조는 큰 아들 애덤을 챔피언으로 만들어 자신의 한을 풀려고 한다. 둘째인 스티브도 같이 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스티브를 형의 훈련 파트너로만 생각할 뿐, 노골적으로 형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