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부기 새벽에 날다 김수형 감독의 는 추리작가 김성종의 소설 을 영화화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존의 김수형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스토리와 플롯도 좋았다. 어느날 아침 기차역에서 자살한 창녀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작품이지만 추리나 서스펜스보다는 드라마에 좀 더 기대는 모양새다. 영화의 주인공인 최형사 역시 피난길에 여동생과 헤어진 경험이 있고 지금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는 죽은 창녀가 자신의 여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사건에 접근한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죽은 창녀의 비극이 가슴을 후벼판다. 결국 그녀는 헤어진 오빠가 손님으로 찾아와 밤새 오빠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후 자살한 것으로 밝혀진다. 한국의 비극이라 할 6.25전쟁의 피난길에 헤어진 남매의 비극이라는..
방송작가 영호는 음주가무와 바람끼를 즐기며 원고마감 어기길 밥 먹듯이 한다. 그러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수빈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딸까지 뒀지만 그의 바람기와 음주가무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데, 어느날 영호는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고 절망한다. 절필한 그를 대신해 수빈은 회사에 나가지만, 영호가 사장과의 관계를 오해하면서 자살을 기도한다. 해변가 목사에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후 하느님의 존재와 수빈의 사랑을 깨닫고 성실한 인간이 된다. 그의 심장판막증도 기적같이 치료된다. 심재석 감독의 1984년 작품 는 정윤희의 마지막 작품이다. 당시 떠들썩한 스캔들 이후 모든 연기활동을 접게 된다. 하지만 대단한 배우 정윤희의 은퇴작이라는 타이틀을 걸기에는 이 영화의 함량이 부족한 편이라 아쉽다. 반면 주..
1984년 불교계와 비구니의 반발로 제작이 중단된 영화 의 줄거리는 요약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본 영화는 김지미 회고전에서 본 40분 분량으로 복원되었지만 사운드가 소실된 불완전 작품이다. 김지미나 송길한 각본가에 의하면 세상에 내 놓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사는 자식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영화 는 생살에 난 생채기였다. 40분 분량만 보고서도 이 영화의 진가를 확인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80년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던 시절의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의 아름다운 화면이 진가를 드러낸다. 한국 산야와 절간의 아름다움을 유려하게 담아낸 촬영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사운드가 소실되어 있지만 아름다운 미장센만으로도 스토리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김지미씨는 전주국제영화제측에서 만든 ..
영주는 준영을 아빠에게 보내고 낙도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돌보며 애써 담담하게 살고 있지만 큰 병에 걸리고 만다. 동료 의사는 우연히 준영의 사진과 주소를 발견하고 편지를 보낸다. 엄마가 미국에 있는 줄로 알았던 준영은 엄마를 찾아 떠난다. 세준은 영주를 서울의 병원에 입원시킨다. 준영은 영주와 살 희망을 품는다. 영주는 그런 준영을 나무라지만 세준은 영주와 준영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한다. 엄마와 만나기로 한 날. 빗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준영은 떠나려는 엄마를 붙잡는다. 그야말로 지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가 어느 정도 성취를 거둔 아류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속편에 이르러서는 닳고 닳은 진부한 3류 드라마로 급전직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린 준영의 감정을 그저 우는 ..
윤시내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서울에서 율도로 내려온다. 시내는 당돌한 아이다. 배에서 만난 현선생에게 자기는 생맥주와 담배를 즐기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하거나, 스쿠터를 타고 머리를 기른 채 전학수속을 밟으러 온다. 이런 시내의 자유분방함은 규율부선생이나 다른 급우들의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선생은 항상 시내를 두둔한다. 그런 현선생을 좋아하게 된 시내. 친구들의 질투도 도를 더해가고, 현선생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도를 더해가면서 급기야 시내는 쓰러지고 만다. 병석에서 시내는 섣부른 어른 흉내보다는 모범적인 청소년이 되어야 한다고 꺠닫는다. 김응천 감독이 1975년에 만들었던 을 스스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에서는 80년대 교복자율화 세대를 다룬다. 교복을 벗어 던진 80년대 10대의 ..
는 김현명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80년대 몇 편의 영화를 만든 후 경력을 이어가지는 못한 감독중의 한명이다.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그러나 연출에서 새롭다는 느낌은 부족해 보였다. 초반 아가다의 심리를 드러내는 사선앵글의 사용도 좀 진부해 보였고, 회상으로 보여지는 초현실(?) 장면도 다소 과하게 느껴지더라. 또한 후반부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모험 대신 안전을 택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신인감독다운 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혜리는 신앙심이 깊은 아버지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원에서 수도 중이다. 그녀는 이제 아가다로 불린다. 착실하게 수도를 하던 어느 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수도자가 될 것이..
1984년에 개봉된 노세한 감독의 는 당대의 사회적 문제를 적절하게 포착한 것은 높이 살만했지만 너무 저렴해 보이는 화면의 질감과 결말 부분의 미흡함이 아쉬운 영화다. 운동선수 출신의 실업자 명호(홍정민)는 결혼 상담소를 통해 돈 많은 여자를 만나 출세해 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가 소개받은 여자는 전문 맞선꾼인 수경(나영희).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된 명호에게, 오히려 소장(박원숙)은 전문적인 맞선꾼이 될 것을 제의하고, 명호는 유한부인들의 성노리개 생활을 하게 된다. 명호를 사랑하게 된 수경은 그의 그런 생활을 안타까워 한다. 그가 만난 여자들 중의 하나였던 재벌의 후처 민여사(김영애)는 명호를 사랑하게 되고, 자신의 모든 돈을 버릴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민여사의 동생은 누나가 ..
이두용 감독의 1983년 작품 는 77년 이후 시작되었다고 보여지는 옛 시대의 풍습이나 관습을 통해 사회비판적인 메시지와 예술적 성취를 지향하는 스타일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2년 전의 이 많은 주목을 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유려한 촬영과 편집등 기술적 부분뿐만 아니라 길례라는 여인의 인생사를 통해 지난 시대의 폐습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아내는 스토리도 깊이있게 와 닿으면서 보다 더 나아보였다. 특히 이 주제라 할 만한 효를 설명조의 대사로 강조하는 잉여를 만들어냈다면 는 이미지만으로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절제도 마음에 들었다. 길례(원미경)은 몰락한 양반가문의 딸에서 죽은 남편에게 시집온 청상과부가 되었다가 양반가의 여종이 되고 다시 세도가의 며느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