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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불교계와 비구니의 반발로 제작이 중단된 영화 <비구니>의 줄거리는 요약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본 영화는 김지미 회고전에서 본 40분 분량으로 복원되었지만 사운드가 소실된 불완전 작품이다. 김지미나 송길한 각본가에 의하면 세상에 내 놓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사는 자식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영화 <비구니>는 생살에 난 생채기였다.

 

40분 분량만 보고서도 이 영화의 진가를 확인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80년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던 시절의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의 아름다운 화면이 진가를 드러낸다. 한국 산야와 절간의 아름다움을 유려하게 담아낸 촬영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사운드가 소실되어 있지만 아름다운 미장센만으로도 스토리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김지미씨는 전주국제영화제측에서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배우는 재료라고 말하면서 작품이 원한다면 어떤 힘든 장면도 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대로 <비구니>에서 영하 15도의 혹한 속에서, 40대의 전라의 몸을 드러내며, 상처 입은 비구니의 고통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최근 한국영화의 여배우들에게서는 발견하기가 힘들었던, 온 몸을 던지는 열정은 70대 여배우가 후학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그녀의 나신은 그 자체로 음란한 것이 아니라 숭고해 보였다.


영화 <비구니> 제작 반대 데모중인 비구니들. (사진출처 : 한국일보)


그렇지만 이 씬들은 영화 <비구니>를 탄압할 도구로 결정되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이미 이 영화는 처음부터 전두환 군부세력에 의해 보이콧당할 운명이었고, 불교계는 전두환 세력의 방패막이였다는 것이다. 처음 불교계는 전두환 군부세력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교라는 종교 자체가 위협을 받을 정도로 악랄한 탄압을 받는 후폭풍을 겪으면서 항복을 했다고 한다.

 

한국영화계는 그런 시절을 견디며 발전해 왔다.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역시 그 역사의 한페이지다. 만약 계획대로 완성되었다면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았다. 임권택 감독은 비슷한 소재를 채택하여 1989년에 강수연 주연으로 <아제아제바라아제> 만들었다. <비구니>를 보고나니 <아제아제바라아제>와 많이 겹쳐보인다.


 1989년 작품 <아제아제바라아제>에서의 강수연의 삭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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