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에 개봉된 박남수 감독의 에는 정윤희가 무척 예쁘게 나온다. 비오는 날 베이지색 레인코트를 입고 명동일거라 추측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의상실 진열장에 전시된 붉은색 레인코드를 바라보면서 윙크하는 모습은 닭살스럽기는 하지만, 그녀의 미모를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더 할 나위 없는 인형 그 자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프닝 시퀀스의 몇 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지리멸렬한 영상을 견뎌야만 하기 때문이다.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수지는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방이 바뀌면서 혁민을 알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후 혁민이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교수의 남편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수지는 조류학자인 ..
이유섭 감독의 에는 가수 방미가 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있다. 방미는MBC의 코미디언 출신이지만, 가수로서 더욱 많은 활약을 했다. , 같은 대형 히트곡도 가지고 있다. 는 80년 전후에 발표되었던 전형적인 코미디 소품이라 할 만했는데, 다른 점이라면 코미디언보다는 마영달, 김성찬, 박원숙 같은 정극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 밤거리의 여자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방미는 힘겹게 과거를 청산하고 지금은 행복요법센터라는 여성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세명의 노총각 마영달, 김윤형, 김성찬이 살고 있는 하숙집에서 살게 되고, 노총각 3총사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는다. 방미는 행복요법센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고아원을 후원하며 건전하게 살려고 하지만 옛 남자가 찾아와 과거를 폭로하겠..
는 제목은 참 좋은데... 영화는 진부한 통속멜로드라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자친구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댄 여자 혜실(장미희). 그런 여자를 버리고 떠난 남자 형구(신영일). 결국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지만 지금은 과부. 7년만에 돌아온 남자는 재벌집딸 세화(조옥희)와 연애중. 그러다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여자와 남자. 다시 시작된 연애. 하지만 곧 남자는 암선고를 받고 곧바로 시한부로 돌입. 여자의 지극정성 간호가 시작된다. 그러다 결국... 이미 너무 익숙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김기 감독은 영화의 호흡마저 느리게 끌로 가고 있어 끝까지 보려면 약간의 인내가 요구될 정도다. 단, 진부한 스토리라인에서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시동생(이영하)의 형수 혜실에 대한 감정의 동요를 그리고..
이두용 감독은 77년 이후 그 이전의 액션영화에서 벗어나 일년에 3~4작품을 연출할 정도로 다작을 하면서 멜로, 공포, 반공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개봉시키며 8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한다. 는 80년 3월에 개봉되었는데, 멜로드라마의 외피에 스릴러를 덧입히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4각관계의 치정물로 볼수도 있지만, 죽은 정명재(하명중)의 장례식에 나타난 두 명의 여자 민신애(김미숙)와 고수미(이문희)에 대한 수수께끼를 아내인 유미영(정애리)가 풀어가는 방식을 통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을 입체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나름 착한 아내였고, 그러므로 남편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유미영이 남편의 장례식에 나타난 두 명의 여인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복수..
은 최하원 감독의 80년도 작품이다. 스타일적으로는 전형적이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인 한국적 멜로드라마라 할 만 했다. 하지만 전형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고 싶지 않을 만큼 독특한 구석도 분명 있었다. 그러니까 기대 없이 봤다가 의외로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특히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최하원 감독에게 흥미가 많이 생겼다. 평범한 멜로드라마라 할 을 이 정도 만들었다면 작심하고 연출한 영화들은 꽤 근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혜(장미희)를 사랑하는 지훈(이영하)은 그녀의 소극적인 태도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녀의 소극성은 예전 여행에서 윤간을 당했던 기억과 그로 인해 순결을 상실한 것에서 비롯되는데, 문제는 그녀가 지훈이 보는 앞에서 윤간을 당했다는 것이다..
는 김수용 감독의 영화중에서 흥행에 성공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특별히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이 영화는 김수용 감독의 숨겨진 가작이라고 생각한다.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난했던 한국사회의 모습을 상업전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학생들의 여러모습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김수용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를 비판하기 보다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꿈을 잊지 않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려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얘기하고자 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무거움 대신 따뜻한 감성을 드러내는 영화라..
은 억울하게 죽은 점례의 한이 공포의 원인이 된다. 점례는 고아 출신으로 외롭게 살고 있는데, 어느날 부잣집의 며느리로 들어가게 된다. 시어머니는 손이 귀한 집안이니 부디 아들만 하나 낳아달라고 말하며 친어머니처럼 자상하다. 점례는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부처님에게 감사기도를 드린다. 하지만 그녀의 임신 후 아이와 점례 둘 중 하나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자애롭던 시어머니 불현 듯 며느리의 목숨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 아이만 살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아버지와 남편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점례는 아이를 출산하며 억울하게 죽어간다. 이후 원혼이 된 점례의 복수가 시작된다. 줄거리에서 보듯 가장 근본적인 사건의 원인은 전근대적 가부장제라는 제도이다. 그리고 점례의 죽음을 통해 가부장제를 비판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