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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사랑>은 최하원 감독의 80년도 작품이다. 스타일적으로는 전형적이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인 한국적 멜로드라마라 할 만 했다. 하지만 전형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고 싶지 않을 만큼 독특한 구석도 분명 있었다. 그러니까 기대 없이 봤다가 의외로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특히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최하원 감독에게 흥미가 많이 생겼다. 평범한 멜로드라마라 할 <겨울사랑>을 이 정도 만들었다면 작심하고 연출한 영화들은 꽤 근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혜(장미희)를 사랑하는 지훈(이영하)은 그녀의 소극적인 태도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녀의 소극성은 예전 여행에서 윤간을 당했던 기억과 그로 인해 순결을 상실한 것에서 비롯되는데, 문제는 그녀가 지훈이 보는 앞에서 윤간을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훈은 상관하지 않으려 하지만 다혜는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이즈음 지훈은 다혜와는 달리 명랑한 영아(권기선)라는 여자를 알게 되고 영아는 지훈을 좋아하게 된다. 다혜는 자신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아는 지훈이 다혜를 잊지 않을 것을 알고 그를 떠나기로 한다. 다혜는 신혼여행에서 자살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살로 위장한 후 지훈의 아파트로 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뛴 것은 이영하의 연기였다. 70년대 후반부터 고만고만한 멜로영화에서 그렇고 그런 잘생긴 미남역을 맡았던 이영하에게 주목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 사랑에 고뇌하는 남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아주 인상적이었다. 반면 여주인공인 장미희는 그리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든다. 지금은 중견 연기자이지만 이 작품이 데뷔작인 권기선은 톡톡 튀는 명랑한 여자역을 잘 소화해 인상적이었지만, 영아라는 캐릭터 자체에는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흥미로웠는데, 다혜는 자살을 한 걸로 나온다. 하지만 하얀 옷을 입고 지훈의 아파트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해 귀신이 되어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계획적으로 자살로 위장하고 찾아온 것일까? 그녀가 흰옷을 입고 있다는 것. 다양한 해석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겨울사랑>은 소박한 제목의 소박한 영화였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느껴진 멜로드라마여서 좋았다.
개봉 : 1980년 12월 5일 단성사
감독 : 최하원
출연 : 장미희, 이영하, 권기선, 손창호, 윤양하, 문미봉, 박동룡, 이혜숙, 남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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