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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내리는 봄비>는 제목은 참 좋은데... 영화는 진부한 통속멜로드라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자친구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댄 여자 혜실(장미희). 그런 여자를 버리고 떠난 남자 형구(신영일). 결국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지만 지금은 과부. 7년만에 돌아온 남자는 재벌집딸 세화(조옥희)와 연애중. 그러다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여자와 남자. 다시 시작된 연애. 하지만 곧 남자는 암선고를 받고 곧바로 시한부로 돌입. 여자의 지극정성 간호가 시작된다. 그러다 결국...
이미 너무 익숙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김기 감독은 영화의 호흡마저 느리게 끌로 가고 있어 끝까지 보려면 약간의 인내가 요구될 정도다. 단, 진부한 스토리라인에서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시동생(이영하)의 형수 혜실에 대한 감정의 동요를 그리고 있는 부분이다. 영화 자체가 혜실과 형구의 위대한(?) 러브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시동생이나 세화는 별다른 역할 없이 물러나 앉는 형국이지만, 시동생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영하는 여타 배우들의 평범함 속에서 그나마 두드러지는 캐릭터였다.
결국 혜실의 지극한 간호로 형구의 병세가 나아지는 기적이 일어나는데, 이 시퀀스는 기독교 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삼천포로 빠진다. 단지 교회에서 기도하는 몇 컷을 통해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식으로 처리함으로써 그 기적에 공감 대신 냉소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건 관객의 냉정함이 아니라 감독의 탓이다.
기적이 일어나는 장면을 보면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르 아브르>가 많이 생각났다. 이 두영화를 비교하면 일류영화와 삼류영화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도 확실히 알 수 있다. <르 아브르>에도 기적이 일어난다. 나는 그 기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건 이 영화의 구조가 그 기적을 충분히 가능하도록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겨울에 내리는 봄비>의 기적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김기 감독은 전체적인 구조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않은 듯 하다. 정말로 내가 본 영화중 허술하고 허술한 영화중의 한편으로 리스트를 채울 것 같다.
개봉 : 1980년 2월 14일 허리우드극장
감독 : 김기
출연 : 장미희, 신영일, 이영하, 조옥희, 문정숙, 박원숙, 김민희, 진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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