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두용 감독은 77년 <초분>이후 그 이전의 액션영화에서 벗어나 일년에 3~4작품을 연출할 정도로 다작을 하면서 멜로, 공포, 반공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개봉시키며 8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한다. <우산속의 세여자>는 80년 3월에 개봉되었는데, 멜로드라마의 외피에 스릴러를 덧입히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4각관계의 치정물로 볼수도 있지만, 죽은 정명재(하명중)의 장례식에 나타난 두 명의 여자 민신애(김미숙)와 고수미(이문희)에 대한 수수께끼를 아내인 유미영(정애리)가 풀어가는 방식을 통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을 입체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나름 착한 아내였고, 그러므로 남편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유미영이 남편의 장례식에 나타난 두 명의 여인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복수하고자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미영의 자기만족이었으며, 남편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시각적으로도 꽤 멋진 화면구성이 많았다. 이두용 감독이 <잃어버린 면사포>라는 멜로드라마로 데뷔했다는 것과 액션영화를 만들었던 빠른 감각이 <우산속의 세 여자>에서 장점으로 작용햇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의 멜로영화에 비해 속도감이나 미장센의 활용이 좋아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아쉽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지속시키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정명재는 그토록 박력이 없는 것일까? 당시 남자다움에 마초적인 요소를 굉장히 중시했던 시대였던 걸 감안하면 정명재의 의기소침이 혹시 우울했던 시대의 반영은 아닌가 상상해 보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영화속에서 그걸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우울은 자신을 진정 위로해주지 못하는 여자들에게로 원인을 돌린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좋아했던 민신애를 부자집에 양녀로 보내는데 성공하는 건 그의 첫 성공이지만 또한 첫 번째 박탈감이다. 두 번째 그의 아내는 나름 현모양처로 보이지만 그를 구속하려고만 함으로써 그의 가슴에 더 큰 생채기를 낸다. 마지막 여자인 고수미는 앞의 두 여자와는 다르게 유일하게 그의 아기를 갖지만 그에게 구속되려고 하지 않는다. 어쨌든 명재는 수미가 아기와 그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처음으로 행복감을 맛보는 그 순간에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다.

 

그렇다면 왜 그에게 행복이 허락되지 않은 것일까? 영화의 스토리는 여자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독의 내면에는 어쩌면 그 시대와 그 시대를 묵인해 버렸던 남자들의 행복을 용인할수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결국 정명재를 죽인 것은 그 시대였으며 또한 그 스스로 자살한 것일수도 있는 것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다. 만약 소설의 결말도 같은 것이라면 소설가들 역시 그렇게 생각 했을 것 같다.

 

개봉 : 1980년 3월 8일 명보극장

감독 : 이두용

출연 : 하명중, 정애리, 김미숙, 이문희, 장동휘, 신우철, 최성관, 김기종, 전숙, 문미봉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