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가정부 - 1970년대 여대생은 슈퍼우먼? 가정주부인 현심은 살림에 관심이 없다. 가정부를 들이려고 하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그러던 중 선희라는 아가씨가 가정부로 들어와 콩가루 같았던 집안은 조금씩 질서가 잡혀간다. 알고보니 그녀는 논문을 쓰고 있는 여대생 이었던 것. 선희는 헌신적으로 일하며 현심의 가정을 올바른 모범 가정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그들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느날 현심의 계가 깨어지자 남편의 공금으로 메꾸는 일이 발생한다. 선희는 위기에 봉착한 현심의 가정을 위해 평생 모은 적금을 내 놓는다. 한달 후 선희가 떠나는 날. 알고 보니 선희는 현심의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 딸이었다. 박윤교 감독이 만든 는 청춘영화의 외피를 두른 전형적인 유신시대의 계몽영화다. 이..
진아의 편지 - 청년문화 세대의 연애 진아의 편지를 몇 년 만에 다시 보면서 다시 한번 김응천 감독에게 청춘영화의 대부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그가 하이틴 영화와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많이 발표하면서 얻게 된 이 별명에 관객은 단단히 속고 있다고 느끼는 건 그가 본질적으로 청춘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청춘을 지나고 있는 당사자보다는 항상 부모 혹은 어른의 입장을 대변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청춘을 대하는 자세는 대체로 보수적인 편이다. 에서도 주인공인 진아와 세환은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진아부터 엄마에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세훈은 아버지의 영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도시의 전경. 쓸쓸한 음악이 흐르는 추운 겨울. 유골함을 든 문호가 과거를 회상한다. 매독에 걸린 문호는 치료가 끝나자마자 술집으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경아를 만난다.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경아는 과거가 있는 여자다. 사회초년병 시절 회사 남자동료와 첫사랑에 빠지지만 배신당한다. 이후 돈 많은 중년남자와 결혼하지만 죽은 옛 부인의 대체품이었다는 알게 되고, 낙태경험으로 인해 헤어진다. 세 번째 남자 동혁은 경아를 소유물로 생각하며 호스티스로 전락시킨다. 문호에게 다정함을 느끼지만 동혁은 집요하게 경아를 쫒아 다닌다. 결국 문호와 헤어지고 경아는 자포자기하며 살고 있다. 경아가 알콜중독에 빠지고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동혁은 문호에게 경아의 소식을 알리고 떠난다. 다시 하룻밤을 보내는 문호와 경아. 하지만 ..
맹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대기오염도 없을 것이고, 수도꼭지만 돌리면 되니 석유를 수입하느라 달러를 쓸 필요도 없을 것이며, 산유국들이 값을 올리네 마네 유세를 떨어도 “흥, 그러시든가”하면서 오히려 유세를 떨어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1974년도에 발표된 이형표 감독의 는 70년대 중반에 있었던 석유파동의 그림자가 깔려있다고 하니 그땐 누구나 한번쯤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꿈꾸어 봤을지도 모르겠다. 는 적절한 사회적 이슈를 밑바탕에 깔고 미경(오수미), 문희(나하영), 수애(장미화)의 여자셋과 원대(신영일), 철권(신일룡), 윤수(김세환)의 남자셋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미팅하는 모양새마냥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 다투고 화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로맨..
하춘화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내용이 적당할까? 지금의 기준으로 봐서는 하춘화 모창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영철의 영향 때문이라도 왠지 코미디영화가 어울릴 것 같지만, 1974년 막 20대에 접어든 초 절정 인기가수 하춘화는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더 적당하다고 생각되었다. 최인현 감독의 은 바로 하춘화를 애절한 러브스토리의 히로인으로 만든 영화다. 인기가수 수지(하춘화)는 스타답지 않게 겸손하고 소박하다. 그런 수지를 쫓아다니는 팬 세훈(남진).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수지는 무리한 활동에 따른 병이 악화되어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다. 이즈음 세훈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 딸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있는 중이다. 결국 수지는 세훈을 떠나 보내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죽어간..
1974년에 개봉된 김대희 감독의 은 당대가 요구했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건전한 젊은이를 그리고 있는 영화라 할만하다. 신상옥 감독의 영화사인 신프로덕션에서 제작되었는데, 당시 떠오르는 젊은 배우였던 신영일과 서미경이 오지명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영화 내용은 계몽영화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던 걸 보면, 전체적으로는 연출이나 연기, 시나리오 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방송에 출연해 증언하기로 한 자수 간첩이 암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비행기 조종을 하는 신영일을 보여준다. 마침 울릉도에 어린이 파상풍 환자가 발생하여 혈청이 필요하게 되고, 의학을 공부하는 서미경이 자신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동행한다...
심우섭 감독이 1974년에 만든 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 했다. 나름 코미디 영화에 일가견을 가진 심우섭 감독이지만,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에서 제대로 무너진다고 할까?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딱 하나다. 제작사 동아흥행이 당시 유신정권의 입맛에 맞게 대충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다. 그리고 우수영화에 당선되고, 외화쿼터를 따서 외화를 수입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눈에 보이는 속셈. 하지만 그 시대에 그 속셈을 무조건 탓하지만은 않겠다. 외화쿼터는 그야말로 그 시대 생존일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임권택이나 유현목 감독등이 외화수입쿼터를 위한 우수영화라는 허울좋은 제도 덕분에 그래도 여러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심우섭 감독은 그들이 가진 내공에 미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날림..
전응주 감독의 1974년 작품 는 올레TV의 영화채널을 돌리다가 발견해서 감상하게 되었다. 60년대에 활동했던 전응주 감독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보았다. 이 영화는 그의 후기작이라고 할 만 하다. 그의 이름은 한국영화사에서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는 셈인데, 를 보고 나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오랜 경력에 비해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그러니까 구닥다리 한국영화에 이제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나는 그럭저럭 볼 만 했다.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던 장일환(김진규)은 20년만에 귀국한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 수정(태현실)과의 추억이 깃든 산장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수정이 아직 그 산장에서 딸 은희(김미영)와 함께 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