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방김문옥 감독의 은 1980년 1월 1일 신정특선영화로 개봉되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꽤 기대작이었던가 보다. 하지만 이런 기대작의 영화적 완성도는 솔직히 처참할 지경이다. 김문옥 감독은 죄송하지만. 내 기준에서. 몇 작품을 본 결과로. 한국에서 가장 영화를 못 만드는 감독중의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만하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인 부터 김문옥 감독은 영화의 기본이 제대로 안되어 있었구나 싶었다.(일개 영화팬의 의견일뿐이다.) 물론 당시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상황이나 한국영화계의 한계가 있었다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부실하게 만들지는 않을 터. 그러므로 김문옥 감독은 총체적으로 재능이 없는 감독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최인호의 원작이 이렇게 허접할리는 없으니 결국 이것도 감독탓이리라...
방송작가 영호는 음주가무와 바람끼를 즐기며 원고마감 어기길 밥 먹듯이 한다. 그러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수빈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딸까지 뒀지만 그의 바람기와 음주가무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데, 어느날 영호는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고 절망한다. 절필한 그를 대신해 수빈은 회사에 나가지만, 영호가 사장과의 관계를 오해하면서 자살을 기도한다. 해변가 목사에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후 하느님의 존재와 수빈의 사랑을 깨닫고 성실한 인간이 된다. 그의 심장판막증도 기적같이 치료된다. 심재석 감독의 1984년 작품 는 정윤희의 마지막 작품이다. 당시 떠들썩한 스캔들 이후 모든 연기활동을 접게 된다. 하지만 대단한 배우 정윤희의 은퇴작이라는 타이틀을 걸기에는 이 영화의 함량이 부족한 편이라 아쉽다. 반면 주..
박철수 감독은 1980년대 중반 , 이 주목을 받으면서 당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에 개봉된 는 1978년 으로 데뷔했던 박철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초기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여성, 즉 여주인공 가희는 지금의 관객인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좀 힘든 캐릭터였다. 더군다나 페미니스트처럼 알려져 있는 박철수 감독의 작품이라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치원 교사인 가희(김영란)는 뒷산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노래 소리에 이끌려 산을 오른다. 어느 무덤에 누워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를 발견한 그녀는 곧 뒤돌아 서지만 이내 그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다. 가희는 방황한다. 사랑하는 애인 영우(이영하)도 멀리하기 시작..
석래명 감독의 은 의 공식속편이라 할 수 있다. 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자 김응천 감독이 를 바로 개봉시키며 흥행에 성공했고, 그 뒤를 이어 석래명 감독은 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이후의 하이틴물들이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남발하면서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을 보는 동안 당시의 영화제작자나 감독들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태도로 제작에 임했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은 전편인 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다. 초반에 얄개 두수(이승현)의 누나(정윤희)와 매형(하명중)에 대한 심술궂은 장난끼를 전시하고, 중반부는 호철(김정훈)을 통해 면학과 학생다움에 대한 설명을, 후반부엔 호철의 전학을 통해 우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설교한다. 사실 이 영화는 아이디어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의 구조를 피상적으로..
는 제목은 참 좋은데... 영화는 진부한 통속멜로드라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자친구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댄 여자 혜실(장미희). 그런 여자를 버리고 떠난 남자 형구(신영일). 결국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지만 지금은 과부. 7년만에 돌아온 남자는 재벌집딸 세화(조옥희)와 연애중. 그러다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여자와 남자. 다시 시작된 연애. 하지만 곧 남자는 암선고를 받고 곧바로 시한부로 돌입. 여자의 지극정성 간호가 시작된다. 그러다 결국... 이미 너무 익숙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김기 감독은 영화의 호흡마저 느리게 끌로 가고 있어 끝까지 보려면 약간의 인내가 요구될 정도다. 단, 진부한 스토리라인에서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시동생(이영하)의 형수 혜실에 대한 감정의 동요를 그리고..
은 최하원 감독의 80년도 작품이다. 스타일적으로는 전형적이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인 한국적 멜로드라마라 할 만 했다. 하지만 전형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고 싶지 않을 만큼 독특한 구석도 분명 있었다. 그러니까 기대 없이 봤다가 의외로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특히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최하원 감독에게 흥미가 많이 생겼다. 평범한 멜로드라마라 할 을 이 정도 만들었다면 작심하고 연출한 영화들은 꽤 근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혜(장미희)를 사랑하는 지훈(이영하)은 그녀의 소극적인 태도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녀의 소극성은 예전 여행에서 윤간을 당했던 기억과 그로 인해 순결을 상실한 것에서 비롯되는데, 문제는 그녀가 지훈이 보는 앞에서 윤간을 당했다는 것이다..
김수용 감독이 78년에 발표한 는 트로이카 1세대 여배우였던 남정임의 마지막 작품이다. 평탄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컴백한 이후 옛 시절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자신의 데뷔 영화의 감독이었던 김수용 감독의 야심작(?)에서 남정임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깜찍함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얼굴엔 30대의 연륜이 묻어나고 있었고, 이런 점이 영화의 배역인 오학자에 잘 어울렸던 듯 싶었다. 30대의 윤정희가 보여주었던 화면 장악력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안정된 연기는 영화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스타 남정임의 이야기로 시작하였지만 이 영화는 또한 김수용 감독의 야심이 진하게 묻어나는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을 70년대의 한국에서 ..
임권택 감독의 필모를 채우고 있는 100여편의 작품중에서 73년 작품인 이전의 영화는 본인 스스로 모두 잊고 싶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망각의 늪에 던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그와 관련된 인터뷰를 읽으며 느끼곤 했다. 그렇다고 이후의 영화들이 모두 자랑스러운 것만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스스로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기 때문에 좀 더 당당하게 관객을 대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으로 짐작을 해본다. 임권택 감독은 70년대 이후 80년대 초반까지도 국책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왔고, 게중에는 나 , 와 같은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가 있는 반면 엄청난 ‘언급’의 북새통속에 언젠가 호출되기를 바라며 조용히 뒷방에 앉아있는 이젠 제목마저 희미해진 영화들도 존재한다. 만듦새가 떨어져서든 혹은 흥행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