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하룻밤 우연히 동혁과 만난 혜린은 5년전을 회상한다. 자신의 환경을 비관하며 엄마의 무덤이 있는 고향에서 자살을 결심 했던 혜린은 동혁을 만나 위안을 받고 하룻밤을 보낸 후 삶의 의욕을 찾는다. 하지만 곧 임신을 했음을 알게 되고 동혁의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라졌던 것. 동혁은 혜린의 아들 훈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혜린은 다시 한번 동혁의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모가 있는 어촌으로 가지만, 자신을 강간하려는 남자를 폭행하고 체포된다. 아들 훈을 동혁에게 보내고 교도소에 수감된 혜린은 출소 후 그들을 떠나려 하지만 엄마를 찾는 훈을 외면하지 못하고, 동혁과 그의 아내도 훈을 혜린에게 보낸다. 60년대 후반 이후 계속 반복, 변주되고 있는 아이를 둘러싼 한 남자와 두..
1979년 한국영화 흥행 1위. 이 영화의 무엇이 관객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았을까? 영화를 다 본 후의 나의 느낌은 김수현이 쓴 각본의 힘은 있어 그럭저럭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많다 보니 차별점을 찾지 못해 식상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 1978년에 흥행한 내가 버린 여자의 속편 느낌도 강하다. 친구들과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는 꽃뱀인 명숙이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리고, 그녀를 구해준 돈 많은 홀아비 민하를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의 과거로 인해 위기가 닥친다... 정소영 감독의 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영화의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저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말하는데, 그저 착한 남자와 발랑 까져 보이지만 실..
영화 제목이 어떻게 보면 예쁘기도 한 것이, 촌스럽기도 하고, 오글거리기까지 하는 는 다작 감독 중의 한명인 이형표 감독이 1977년에 발표한 청춘영화다. 가장 예쁜 시절의 이덕화와 유지인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리즈 시절의 두 사람을 보는 재미는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요양차 섬으로 온 현아. 민속학 전공자로 섬의 민속에 대해 연구하러 온 승일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 갈수록 현아의 병세는 심해진다. 현아는 승일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하고 서울로 와 병원에 입원한다. 실연의 상처에 아파하던 승일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두사람은 극적으로 만난다. 그러나 현아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영화는 섬에서의 장면들은 재미있게 볼 만하다. 섬과 바다라는 시원한 배..
변장호 감독의 가 시작되면 어안렌즈로 심하게 굴곡되어 나타나는 서울 도심이 보인다. 뭔가 비정상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곧 강박사(남궁원)가 심각한 공해문제에 대해 강의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이 세상이 공해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앵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곧 이어 강박사는 아내인 정희(고은아)가 과대망상형 도착증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신과 의사는 이 병의 원인으로 중년 여성의 소외감 외에 공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곧 우리는 정희가 남편 강박사의 영향으로 환경오염문제에 심각한 편집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강박사와 제자 나미(유지인)는 정희를 현실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질투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곧 나미는 그들과 동거..
심수봉의 빅히트곡 . 문여송 감독이 발빠르게 동명타이틀로 영화를 내놓았다. 한국영화계의 단골손님 신성일과 2대 트로이카 유지인이 주연을 맡았다. 그 외 중견연기자 정영숙과 전양자가 조연으로 이들을 뒷받침하다. 그 외에 특이한 점이라면 나영희가 단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기록에는 나영희가 81년 이장호 감독의 로 데뷔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의 다방레지 역할이 먼저다. 이 영화가 80년 2월에 개봉되었으니, 적어도 79년 겨울에는 촬영에 들어갔다는 전제로 나영희의 영화 데뷔는 1981년이 아닌 1979이 되는 셈이다. 옛날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것을 발견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내용은 평범하다. 바닷가 찻집앞에서 발견된 기억 상실에 걸린 의문의 사나이. 그는 병원원장인 박성민이다. 왜 ..
이원세 감독의 는 한 엑스트라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밝혀내는 추리적 스타일의 영화다. 기대보다 영화가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도 사회비판적인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어 만족스럽지만, 섬세한 연출의 부족은 많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원세 감독의 능력이라면 좀 더 세부묘사에 완성도를 기울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 한국영화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제작상의 이유라고 해야 할지 어떻든 기술적 마무리의 부족이 많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시체로 발견된 강유진(신영일)의 과거를 추적하는 형사(박근형)의 회고로 시작되는 영화는 그가 왜 한국인 강유진에서 재일교포 히라오카 유지로가 되어야 했는지, 왜 영화속에서 주인공을 대신하여 죽는 엑스트라에서 사기꾼이 되어야 했는지를 역..
이제는 잊혀진 이름이지만 버스 안내양에 대한 추억은 내게도 있다. 초등학교 1학년때 한동안 다섯 정거장 정도를 통학해야 했는데, 이때 안내양(그땐 차장이라고 불렀는데...^^)에게 어느 정류장에 내려달라고 애기하면 비좁은 아침 출근시간대 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자신의 뒷자리에 세워놓고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를 정류장에 내려주고는 “잘가”라고 말하면서 “오라이”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 친절했던 안내양 누나들. 고맙습니다. 지금은 다들 50대 중후반이 되어있을 그녀들. 그러나 김수용 감독의 를 보기 전까지는 그녀들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당해왔는지 알지 못했다. 김수용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이제 막 시작된 1980년대의 한국사회를 바라본다. 박광수 감독의 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80년대가 되면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