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리즈는 이제 최고의 영화 프랜차이즈라 할 만 하다. 아마 최근 오락영화로서는 최상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DC가 쫓아갈래야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발군의 개성을 발휘하곤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마블 시리즈를 잘 모르는 평범한 영화 아재인 나는 모든 마블 영화를 재미있게 보진 못한다. 가장 좋았던 것이 토비 맥과이어가 나왔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니 말 다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마블시리즈의 계보에 대해 잘 모른다. 호불호도 강한 편이다. 재미있는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재미없을 때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없게 보곤 했다. 그러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블 시리즈의 어디쯤 위치하며, 인피니트 워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솔직히 1편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모듬 테잎만..
은 제니퍼 로렌스를 스타로 밀어 올린 을 만들었던 데보라 그래닉 감독의 최신작이다. 여전히 느리지만 진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여전히 아버지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어쩌면 여류감독으로서 가족과 아버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데보라 그래닉의 영화에서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매우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기도 하다. 의 아버지가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 보여주었다면, 에서는 아버지라는 실체가 지워지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어떤 트라우마 -그것이 무엇인지 영화속에서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의 일반적인 것들 예를 든다면 중동지역의 전쟁에서의 외상후 장..
상훈은 초라한 단칸방 출입문 옆 담벼락에 기댄 채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피운다.잠시 후 그는 ‘그’ 초라한 문을 열고 들어가소주를 마시고 있는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은또 다른 초라한 방에서 자고 있는 상훈의 모습이다.그가 아버지를 폭행한 것은 꿈이었을까? 어찌보면똥파리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상훈의 소망이개인적으로 좌절되는 영화이면서과거의 나쁜 아버지들과 미래의 나쁜 아버지에 대한불안을 환기시키는 영화이기도 하다.영화속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왜 하나같이 폭력적인가?감독은 그 원인을 군사문화가 지배했던 시절에서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직접적으로야 연희의 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 군인으로나오는 것일 뿐이지만, 그들은 이미 권위주의적 군사문화..
이름도 예쁜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와 파브리 카네파의 연출작 더 로드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기 위해 외갓집으로 가던 가족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좀 더 빨리 가기위해 지름길로 들어선 그들이 타고 있는 차에는 운전중인 아버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새침때기 딸과 그녀의 남자친구, 건들거리는 아들이 타고 있다. 어디로보나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킬 뻔 한 그 순간부터 길은 계속 반복되며 출구를 알수가 없고 그들은 하나씩 죽어나가고, 또한 각자 가지고 있던 비밀을 쏟아낸다. 아들은 마약쟁이였고, 딸은 임신중이며, 아내는 아들이 남편친구와 바람피워 낳은 아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한 행복한 가정이 사실은 형편없..
이기욱 감독의 는 평이 안 좋아서 망작인가 보구나 했는데, 아니더라. 일단 생각보다는 괜찮다는 것. 뭔가 깔끔하게 진행시킨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했지만, 살부라는 테마를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문제와 청소년 문제를 무리 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마무리가 좀 깔끔하다는 느낌이 없어서 아쉽지만 말이다. 먼저 이 영화에서 살인자는 바로 아버지다. 여기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직접적인 살인자로서의 아버지가 있지만, 지수 아버지 캐릭터에서 보듯 간접적인 살인자도 있고, 영호를 괴롭히는 일진의 아버지 같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라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키워내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아마 자신의 한계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협(마동석)을 보자. 첫 장면에서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토니 스콧 감독의 을 보면서 든 생각은 처절하다는 것이다.참. 처절하구나. 처절해.뭐가? 무인으로 폭주하는 열차가 처절하냐고? 설마...어떨결에 이 열차를 세워야 하는 사명감을 부여받은프랭크(덴젤 워싱턴)과 윌(크리스 파인)이 처절하다는 거다.왜냐하면 그들은 이 열차를 멈추게 함으로써만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블록버스터로서의 은 대규모 물량공세와 속도감, 위기일발의 연속 등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고 실제 아주 재미있게 봤다.그러나 처절하다는 느낌은 다른곳으로부터 연유한다.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는 아내와 사별한 뒤 장성한 두 딸을 키우고 있다.성실히 일했지만 딸을 대학에 보낼 돈이 부족하다.딸들은 아버지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으며, 집안에서 아버지의 존재감은 미미하게만 보인다.또 다..
17세의 소녀 가장 리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는 데보라 그래닉 감독의 은 그야말로 꽉 짜여진 스릴러 영화다. 이제 성인의 문턱에 다다른 소녀가 맞이하는 현실이라는 세계는 잔혹하기 그지없다. 감독은 리가 현실이 따뜻한 동화속 공간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는 성숙한 소녀로 설정한다. 그러므로 리가 아버지를 찾으면서 실제로 대면하는 세상의 차가움은 잔혹함의 무게를 더욱 상승시킨다. 어떻게 보면 가족을 지키기 위한 한 소녀의 투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녀가 지키려는 가족에 아버지라는 존재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아버지를 찾는 행위가 가족의 빈틈을 메우려는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를 정당화하려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고 또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