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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없는 삶>은 제니퍼 로렌스를 스타로 밀어 올린 <윈터스 본>을 만들었던 데보라 그래닉 감독의 최신작이다. 여전히 느리지만 진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여전히 아버지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어쩌면 여류감독으로서 가족과 아버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데보라 그래닉의 영화에서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매우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기도 하다. <윈터스 본>의 아버지가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 보여주었다면, <흔적 없는 삶>에서는 아버지라는 실체가 지워지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어떤 트라우마 -그것이 무엇인지 영화속에서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의 일반적인 것들 예를 든다면 중동지역의 전쟁에서의 외상후 장애같은 것들이라고 짐작할 뿐이다.-를 가진 아빠와 함께 숲속에서 살고 있는 10대 중반의 소녀 톰은 이 상황을 그대로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이해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국에서 개입하면서 그들의 삶의 균형은 깨어지고 강제로 공동체로 편입된다. 아버지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딸인 톰은 그것을 갈망하게 되는데...
아버지와 딸의 삶과 인생.
데보라 그래닉 감독은 앞에서도 말했듯 아버지에 대해 구구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이는 딸인 톰이 그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공동체는 악이 아니라 선에 가깝다. 좀 더 중요한 것은 그 공동체에서는 두드러지는 인물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앞에서는 사회복지국 여직원, 후반에서는 그들을 돕는 아줌마다.
분명한 것은 딸인 톰이 동일화하고 내면화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는 딸을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그저 자신의 질서에 종속해주길 바랄 뿐이다. 결국 딸이 그걸 거부하고 홀로 남기로 결심할 때 이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해지는 것 같다. 공동체의 삶에 속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질서를 거부해야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아버지를 부정하는 영화가 아님은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 데보라 그래닉 감독은 성대결이라는 말초적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영화는 깊다. 딸이 홀로 남기로 결심한 것이나 아버지가 좋은 길을 놔두고 다시 험한 산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마지막을 보라. 깊게 인생을 이야기 하는 좋은 영화다.
<윈터스 본>도 함께 읽어보세요. 포스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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