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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은 초라한 단칸방 출입문 옆 담벼락에 기댄 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피운다.

잠시 후 그는 ‘그’ 초라한 문을 열고 들어가

소주를 마시고 있는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또 다른 초라한 방에서 자고 있는 상훈의 모습이다.

그가 아버지를 폭행한 것은 꿈이었을까?


어찌보면

똥파리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상훈의 소망이

개인적으로 좌절되는 영화이면서

과거의 나쁜 아버지들과 미래의 나쁜 아버지에 대한

불안을 환기시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왜 하나같이 폭력적인가?

감독은 그 원인을 군사문화가 지배했던 시절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직접적으로야 연희의 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 군인으로

나오는 것일 뿐이지만, 그들은 이미 권위주의적 군사문화가

지배하던 시절을 통과하며 살아낸 장본인들이다.

그러므로

상훈이 아버지를 폭행하는 장면은 힘없이 당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폭행에 대한 원한을 갚는 행위이겠지만,

넓게는 한국인의 무의식을 지배해 왔던 ‘어떤’ 정체성을

향한 가슴 절절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여자/아내/딸을 때리며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이 용기있는 감독은 그 원인을

제공했던 아버지를 직접 때려버림으로써 트라우마에 대항한다.

그 시대를 용인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아버지 자신들인 것이다.


하지만 똥파리 역시 나쁜 아버지를 버리고 좋은 아버지를 취하려는

그 몸짓에서 여전히 가부장이 중심이 된 고전적 가족제도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사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어차피 현실은 이론이 아니잖아.

개인적으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바램과 겹치며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엔딩이었다.^^

물론 완전히 사고의 전복을 보여주는 엔딩은 영화적으로 더 멋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폭행과 영화 내내 뱉어내는 씨발놈아 라는 대사에서

젊은 감독의 기개를 느낀다.


개봉 : 2009년 4월 16일

감독 : 양익준 감독

출연 : 양익준, 김꽃비, 이환, 박정순, 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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